경재의 일상 이야기
오늘은 복싱 빅매치가 있는 날이다. 슈퍼미들급 4대 기구 타이틀전 ‘카넬로 vs 크로포드’
두 선수는 최정상급 선수들로 카넬로는 슈퍼미들급 4대 기구 챔피언, 크로포드는 라이트급, 웰터급, 슈퍼웰터급 챔피언.
두 챔피언 간의 대결.
카넬로가 기존 체급이 높았던 선수라 카넬로의 승리 예상이 더 많았다.
경재는 주말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산을 오면서 이 경기가 있는 걸 깜빡했었다. 근데 마침 일요일 낮에 넷플릭스로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음을 알게 되고는 아침부터 TV를 틀어넣고 대기했다. 결국 오후 2시쯤 할 거로 예상하고, 그전까지는 아이들과 어머니와 밖에 산책도 하고 점심 외식도 하고 왔다. 그리고 드디어 2시가 되고, 마침 경재를 방해할 주요 용의자 둘째가 낮잠을 잔다. 경재는 TV앞 소파에 기대앉는다. 왼쪽 창가로는 밝은 도로로 차들이 열심히 오가는 게 보인다. 하늘은 맑다.
드디어 양 선수가 입장하고, 경재의 심장은 뛰기 시작한다. 저도 모르게 꽉 쥔 두 손바닥에 땀이 차 있었다. 종이 울리고 경기 시작. 경재는 더 작은 체급에서 챔피언이었던 크로포드가 많이 불리한 경기를 할까 봐 가슴 졸이며 응원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 주먹을 주고받더니 크로포드가 오히려 더 잘한다. 1라운드, 2라운드, 라운드가 갈수록 더 잘한다. 아니 기존 슈퍼미들급 4대 기구 챔피언 카넬로를 가지고 노는 수준이다.
분명 네티즌들과 프로 복싱선수들, 그리고 도박사이트에서도 대부분 카넬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근데 크로포드가 반대로 갖고 노는 수준이다.
경재는 라운드가 갈수록 크로포드의 움직임에 감탄하고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는다. 옆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던 첫째는 또 그녀 나름대로 유튜브로 재미난 영상을 보며 감탄을 입 밖에 내뱉는다.
경재랑 첫째 딸은 서로 왜 따라 하냐 한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영상에 집중.
경기 끝. 크로포드 판정승.
경재는 중간중간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 댓글을 받는다. 빅매치를 편하게 집에서 소파에 기대앉아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하는 경재.
집으로 돌아가는 ktx에서도 그 감흥이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아까 봤던 복싱 장면들이 떠오르고 크로포드의 냉정한 눈빛과 멋진 근육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평소에는 공부와 일상생활에 찌들어 심장이 밋밋하게 살아왔는데, 이런 복싱 빅매치를 통해 심장과 혈관이 오래간만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경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