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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Nov 02. 2020

1호선, 노년의 아침식사

출근길에 마주친 어르신의 아침식사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며칠 전부터 종로3가 환승 구간에서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그 구간에는 식당이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의아했다. 

아침 밥을 거르고 다니기 때문에 더 코를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우연찮게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어느때와 같이 환승을 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음식 냄새와 함께 뒤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연세가 있어 보이는 누군가 뒤돌아 서있었다. 

그리고 서서 먹기 좋은 난간에 반찬들이 놓아져 있었다. 

아침에 손수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는 듯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았다. 

어떤 사연으로 정성스레 싸온 도시락을 지하철 역 계단에 서서 먹고 있었던 걸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씩이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부디 마음 아픈 사연은 아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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