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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Jan 25. 2021

도대체 결혼은 왜 할까?

필수는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진 않아.

언제까지나 중학생처럼 살 것 같았는데,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되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해서 아이도 낳았다. 결혼한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대화의 주제와 고민들이 달라졌다. 주로 아내와 아이들이 좀 더 윤택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 보였다. 현재 월급으로는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이직이나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친구들에게 농담 따먹기는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을 받으면 결혼을 하는 거야?"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돌릴 때마다 물어보던 질문이었다. 축하해 주는 자리에서 다소 실례되는 질문이긴 했지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결혼을 고려하는데 있어서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수억원의 신혼집은 물론 결혼식 하루에만 들어가는 돈이 최소 삼천만원 이상이라고 알고 있었다. 삼십대 초반의 월급쟁이에겐 너무나 큰 벽이었다. 


'어떻게 친구들은 이 부담감을 뛰어 넘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친구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똑같이 월급쟁이였고, 사회 초년생 때 결혼을 했다. 당연히 모아 놓은 돈이 있을 리 없었다. 부모님께 큰 도움을 받지 못해서 상황에 맞게 작은 빌라에서 시작한 친구도 있었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친구도 있었다. 부부 모두 이뤄 놓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것들을 포기하고 힘을 합쳐 결혼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 부담감은 점점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핑계로 자리잡았다. 내가 자수성가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좋은 아파트에서 시작해야 가족들이 고생을 덜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갔다. 스스로 쌓아 놓은 벽이 높아질 수록 자신감은 점차 사라져 갔다. 


‘결혼은 왜 할까?'


친구들과 나의 차이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결혼을 생각할 때 나는‘사랑’과 ‘믿음’이라는 요소를 빠뜨린 채 ‘경제적 부담’만을 고민하고 있었다. 오로지 돈만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만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충분히 설득시킬 노력도 하지 않았고, 결혼 생활에 대한 믿음도 심어주지 못했다. 결혼 생활은 수많은 일들을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인데, 상대방은 없고 혼자만의 세상 속에 갇혀 있었다. 


결국, 돈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혼에 대한 본질을 고민해보지 못한 채, 스스로의 기대와 벽을 너무 높여 놓았던 것이었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자신감 있게 그 사람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혼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 내리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어떤 상황에서도 부부가 함께 그 상황을 헤쳐 나가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 그 신뢰는 관심과 대화를 통해 쌓아가는 것이다. 


남녀를 떠나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똑같지 않을까? 


그 두려움을 서로가 감싸주고 희망으로 바꿀 수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다. 일제강점기의 고초와 한국전쟁을 겪고도, IMF로 삶이 팍팍해져도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잘 살아간다.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버들이 많다. 결혼 생활을 시작할 때, 모아둔 것이 없어서 작게 시작했고 몇 년 동안 서로 노력하다 보니 삶이 점점 나아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사소하다.

친구들이 결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결혼이라는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았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이었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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