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하라리
세상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이 너무 궁금했다.
지금은 어떤 시기이며, 무엇이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세상이 그려질 것인가? 등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직장인으로써 내가 갖고있던 가장 큰 고민은 주거 문제와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문제였다.
어느 시점부터 내 임금의 인상이 둔화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고, 몇년뒤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현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위해 야단이었다. 최근에는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 같은 이야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결국,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겪고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만가지 궁금증이 확장되면서 고민하던 중, 김미경 선생님을 통해 유발 하라리라는 역사학자를 알게 되었다.
그의 신간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었고, 책의 제목 답게 내가 갖고있던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결해주었다. 다른 여러가지 책을 읽는 것보다 이 한권으로 석학들의 공통된 관점을 알 수 있다.
혹시라도 나처럼 세상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과 준비를 하고자 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책은 총 5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유발 하라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Part 1. 기술적 도전
Part 2. 정치적 도전
Part 3. 절망과 희망
Part 4. 진실
Part 5. 회복탄력성
작가는 이 책에서 정보기술력과 생명기술력의 융합이 만들어낼 당장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기업들은 기술발전에 따른 놀라운 약속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초래할 위협과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역사학자로써 저자는 그에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에게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닌건가?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은 앞다투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가상의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보통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이 우리가 직접적으로 돈을 내지 않고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들이다.
그런 기업들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개인정보'이다. '개인정보'는 단순히 내 이름과 주민번호와 같은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말한다. 한 사람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사고 동영상 시청을 얼마나하고 등등 엄청난 사용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그 의미와 사용처를 모른채 기업들에게 헐값에 우리 정보를 제공하고 수많은 이득을 기업에게 안겨주고 있다.
우리의 '개인정보'를 더욱 더 많이 헐값에 빨아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AI와 플랫폼이다. AI가 발전하면 어떤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지 작가의 말이 충격적이다.
AI 시대에 새롭게 계급이 생겨나게 된다. 최상위 계층은 AI와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이다.
두번째 계층은 AI와 플랫폼을 사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엘리트 집단이 이에 속하는데, 더불어 인플루언서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엘리트 주의에 균열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세번째 계층은 AI 그 자체이다. 보통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이론상 AI가 공급과 소비를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를 할 경우, AI는 공급자/소비자 역할을 하게 되고 모든 수익은 최상위 혹은 두번째 계층이 독식한다.)
네번째 계층은 나머지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용계급'이라고 불린다. AI는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존재하는데 그러한 AI를 사용하는 것보다도 더 가치가 없는 일들을 하게 된다. 점점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잃게되는 상황을 여러분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첫번째와 두번째 즉, 자본가와 엘리트집단의 선의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다. 다반, 두 집단에게 경제적 타격이 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버림받아질 계층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좋은 일자리는 고급지식을 바탕으로 AI가 대체하기 힘든 일들이다. 없어질 일자리에 비해 소수라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단순 사무직들의 일자리는 굉장히 위험하다. (나를 말한다.)
지금 시점에 이게 말이 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떤 기술을 활용하면 내 일자리를 없앨 수 있을 지 이미 알고 있다. 나같은 사람이 인사권을 갖게되면 그 일자리는 사라진다. 생각보다 기술이 많이 상용화 되었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다. 굳이 회사에 알려서 내 일자리를 없애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일자리보다 더욱 무서운 점이 있다. 무용계급의 탄생은 인간의 권리가 AI로 전가되어 버린 것이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므로 그동안 갖고 있던 자유, 정치적 목소리를 빼앗겨버린다. 지금까지는 가난하더라도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면 무용계급에게는 그러한 권리도 박탈당한다. 무력 시위는 더할 것도 없다. 인간의 권리가 박탈당한 상황에서 무력 시위는 끔찍한 결말뿐이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융합은 무용계급론을 더욱 가속화 하는데, 빈부 격차에 따라 인간의 '종'이 달라진다. 돈이 있는 경우 태어날때부터 유리한 유전자를 타고날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반대가 된다.
이렇게 끔찍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데 왜 정보와 생명 기술들을 막지 않는 것일까? 인류에게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에서이다. 예를들어 자율주행자동차를 생각해보면된다. 한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100명이라고 하면, 자율주행자동차가 보급된 이후부터는 10명 미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완벽하게 사고를 막아줄 수는 없지만, 사고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러한 장점때문에 AI의 발전 자체를 막을 명분이 없다. 다만, 앞서 말한 수많은 문제점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된다면, 적어도 정치인들을 움직여서 AI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낼 수 있게 된다. 연착륙의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잦은 무역분쟁과 패권다툼으로 사람과 사람들 간의 갈등이 잦아진다. 말은 세계화라 일컫지만 세상은 점점 고립주의로 가고있다. 민족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개인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혼란스럽고 변화하는 시기에 더욱 극성이다. 우리의 권리와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그러한 가짜 뉴스나 선동에 휘말려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연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말한다. 비판적 사고, 창의성, 의사소통, 협력을 배워야 하며 학교는 기술적 기량의 교육 비중을 낮추고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과 감정의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고도로 발전한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21세기의 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새로운 모델은 보편기본소득제다. UBI는 정부가 알고리즘과 로봇을 지배하는 억만장자들과 기업들에 세금을 물려서 그 돈을 모든 개인에게 기본 필요를 충당할 만큼의 급료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p71
데이터 소유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질문일 수 있다. 이 질문에 조만간 답하지 못하면 우리의 사회 정치적 시스템은 붕괴할 수도 있다. p134
기본소득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공산주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본주의에 대한 책들을 보다보니, 독점이 얼마나 자본주의에 해로운 것인지, 데이터 기업들이 어떻게 독점적 지위를 얻게되고 우리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는지 알게되었고, 그에 따른 부의 재분배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현재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앞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어떤 이해관계에게 이익이 더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떤 목소리를 내야하는 지' 정확히 파악하고 목소리를 내고싶다.
첫째, 믿을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뉴스를 공짜로 얻는다면 당신이 상품이기 쉽다. 두 번째 요령은, 만약 어떤 이슈가 특별히 중요해 보인다면 그것에 관련된 과학 문헌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p366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p391
언제나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주관과 방향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은 '공급자'로써의 마음가짐을 갖게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의문이 풀린다. 아직 모든 부분에서 그렇지 못하지만, 조금씩 그들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AI, 로봇 시대에서 계급론에 대한 시각이 충격적이었다. AI를 개발하는 목적이 사람들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함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마디로 소비는 인간만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용계급론을 처음 생각했을 때 소비주체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굳이 기술을 개발할까?라고 비판 의식이 생겼었지만, 더 자세히 읽어보니 AI가 소비의 주체로써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시각에 소름이 돋았다.
AI와 플랫폼이 엄청난 사회적 위협이 되긴 하지만, 시대적 흐름 상 거스를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계급론 중 첫번째 혹은 두번째 계급이 되려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깨달았다. SNS에 대한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고 그들과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