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라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by 초록별고래

내가 석사 과정으로 공부하고 있는 'international educatioanl research (국제 교육 연구)' 분야는 '교육 연구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 양적, 질적, 혼합 연구의 특성이 무엇이고 각각의 연구 방법은 어떻게 다르게 적용되는지

- 각 연구의 세부적인 연구 방법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 연구자가 생각해야 할 연구 문제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 연구자, 연구 과정의 윤리가 무엇인지

- 적절하고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는 어떤 연구이며, 다른 사람들의 연구들을 보고 그러한 부분들을 분석할 수 있는지 등을 배우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이며, 무려 석사 과정 중 첫 세 달 내내 배우고, 생각하고, 토론한 내용은 바로 'critical thinking' 즉, '비판적 사고하기'이다.




비판적 사고 : 어떤 주제나 주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하며 평가하는 사고의 능력


분석하고 종합하며 평가하는 능력.


나는 이 비판적 사고 능력이 인간의 사고 능력 중에서도 매우 고차원적인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먼저 어떠한 주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그 내용을 파악한 뒤 그것에 관련하여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그것으로 바탕으로 그 주제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 번 이상의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비판적 사고'는 스웨덴 대학원에서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자,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 과학 분야, 특히 교육 연구자라면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자질이다.


나는 처음에 이 과정을 적응하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왜냐하면 그때 그 시절 나는 이러한 교육을 한국에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 교육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저 교수님이 하시는 말이 다 맞는 줄 알고(아니, 그렇게 강요받고) 그 말을 그대로 노트하여(혹은 녹음까지 하여) 이미 나와있는 지식을 암기하고, 내가 얼마나 지금 나와있는 지식을 잘 암기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누가 앵무새처럼 더 달달 잘 외우 나를 경쟁하는 듯.


특히나 나처럼 소위 학교 다닐 적 '모범생',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학생이라면 단 한 번이라도 부모님, 선배, 선생님, 교수님, 직장 상사가 하는 말에 의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선생님한테 버릇없이 대들거나 말대답하지 말아라."

"네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이니 누구한테 물어보고 그대로 따라 하고 배워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워라"


아마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어왔던 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그저 항상 수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습득한 지식을 그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이기 바빴다. (그래야 시험을 잘 보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게 진짜 나의 지식이 되었을까?

아니, 그것이 진짜 지식이 맞기는 맞았을까?




매일 치마를 입고 오는 그 중년의 남자 교수님(전 편을 참고)은 30년 이상 교육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였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었으니 그의 일생은 모두 교육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논문을 쓰고, 학회를 가고, 다른 학자들과 토론을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반면 그에 반해 우리는 이제 막 '교육 연구'라는 분야에 첫 발을 내디딘 햇 병아리일 뿐.


어찌 이런 내가 감히 그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과 인사이트에 비벼볼 수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 교수님은 수업을 하는 내내 단 한순간도 '내가 그동안 연구해 봤는데 이 지식은 이거다'라든지 '너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희는 항상 내가 하는 말에 의문을 갖고 비판적으로 사고해라.
그리고 질문해라.
나는 너희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을 뿐, 우리는 모두 같은 연구자이다.



이 말은 그 교수님이 매 수업마다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독일, 미국, 그리스, 스웨덴 등에서 온 학생들은(대부분 서양권, 아시안 제외) 교수님들의 의견, 아니면 강의를 하면서 의문이 드는 내용 등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했고, 함께 토론을 했다.

교수님 또한 그 토론 시간을 매우 즐기는 듯 보였고, 심지어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네. 참 흥미로운 점이야"

혹은

"나는 너의 그 아이디어에는 백 프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괜찮으면 너의 주장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더 설명해 볼래?"

라고 하며 그는 언제나, 누구의, 어떤 의견이든 받아들이고 귀 기울였다.


그리고 이것과 더불어 이어지는 '토론식 수업'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질문하고 내 의견을 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외 있는 지식을 습득하거나 외우는 과정은 없었다.

(물론 이것이 모두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다음 화에서 다루겠다)




우리는 10주 정도 진행되는 하나의 코스동안 한 개에서 두 개정도의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이것을 패스해야만 다음 코스로 갈 수 있다.


이 대부분의 과제는 바로 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과제들이었다.


내가 흥미 있는 연구 주제를 정하고, 그 연구 주제와 관련된 이전 연구 논문을 찾아 읽은 뒤, 그 이전 연구에서 부족한 부분 혹은 내가 배우고 받아들일 점들을 찾아 분석하는 식.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글을 읽은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그에 관련한 명확한 근거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혹은 이전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연구해 온 지식들은 이미 과거의 것이며, 어떤 현상, 그것에 대한 지식은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새로운 발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생각에서 내가 취하고자 하는 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 생각과 그 사람 생각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이 나는 바로 비판적 사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적 사고.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나는 감히 말하건대 미래의 세대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우리가 지켜내야 만 하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면 한 단계 발달되어 있는, 놀랍도록 빨리 발전하는 AI와 로봇 테크놀로지 기술.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며, 이들은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명석한 두뇌, 계산 능력, 암기력,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그것을 잘 활용하여 내 것으로 이용하는지가 중요한 사회가 살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판적 사고다.

넘쳐나는 정보들 사이에 내가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어 분석하고 이용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자질이 아닐까?




얼마 전 '7세 고시'라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한글도 못 뗀 그 아이들은 '의대'를 준비한다고 했다.


여전히 우리는 대학 입시라는 그 하나의 목표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친다.

우리 부모 세대부터 이어지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건 변한 적이 없다.


가장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진보적이어야 하는 교육 분야가

가장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돈이 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부추기는 사교육 시장, 또 아무런 의심 없이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고 있는 부모들, 그리고 아직도 뭐 하나 뚜렷한 개혁 없이 지속되고 있는 교육 정책들.


지금, 우리의 미래 사회를 위해, 또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을 위해

누구 하나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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