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공부하세요

학생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스웨덴 대학

by 초록별고래


대학원 수업을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학생회와 행정실 등에서 우리에게 전달할 안내가 있으니 꼭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약속된 날,

교수와 함께 행정실에서 학생들에 대한 모든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의 여자가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학교에, 그리고 스웨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대해 간단히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나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우리 반 학생들은 스웨덴에 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나라와 매우 다른 스웨덴의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했다. 특히 병원을 가는 방법이나 집 렌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 그리고 가정이 있는 학생이면 아이들 교육이나 함께 이주한 가족들에 대한 케어 등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상의해도 좋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녀는 '가장 중요하게 강조해야 할 일'이라며 학생들의 멘털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희도 느끼고 있겠지만 이제 스웨덴은 점점 해가 짧아지고 있어. 날씨도 흐린 날이 많아서 스웨덴 가을 겨울은 해를 보는 날이 아마 거의 없을 거야. 그 길고 긴 스웨덴의 겨울이 되면 특히 너희 같은 외국인 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느끼기도 해. 햇빛을 받지 못하면 우울하고, 그 우울한 상황 속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기도 하고. 특히 학업의 스트레스는 너희를 더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어."


그녀는 그렇게 긴 스웨덴의 겨울을 우울 감 없이 보내는 방법, 즉 비타민 D를 많이 먹어라, 비타민은 어디에서 살 수 있다, 집 안의 조명이나 따뜻한 먹거리 등 작은 것에 신경 쓰고 그곳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노력해라 등등 아주 친절한 팁들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덧붙인 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너희가 건강하게 학업을 마치는 거야.
학생들의 행복한 대학 생활을 돕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어쩌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이 말이 내 가슴속에 콕 박히며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진심 어린 말투로 계속해서 스트레스 없는 대학 생활, 행복한 스웨덴 생활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모두 경쟁자가 아닌 함께 협력하는 사람이라며.


그리고 나는 그 순간 문뜩 대학교 홈페이지에 쓰여있는 글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스웨덴의 Lagom(라곰)을 아시나요?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의 상태, 스웨덴 사람들이 삶을 살아사는 철학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모든 학생들이 삶과 공부의 적절한 밸런스를 지키며 행복한 라곰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뭐든지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고,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뭔가 불편한 코리안으로써 내가 이걸 잘 해낼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날 그 순간 누가 그렇게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참 위안이 되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 과정은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과정 평가'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때로는 교수들과 피카(커피나 차를 마시는 시간이라는 스웨덴어)를 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 평가의 목적은 아주 명확했다.


'다음 학기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바탕에 있는 분명한 하나의 이유, 학생들의 복지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견들이 다음 학기, 다음 수업, 교수들의 수업 방식이 잘 반영이 되고, 개선이 되는지에 대한 결과적 문제는 다른 이야기지만(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실제로도 많기 때문에), 나는 결과적인 것보다 이 분명한 목적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를 생각해 볼 때, 우리의 강의 평가는 대부분 '점수'에 초점이 있었다.

- 이 수업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

-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마음이 있는지

- 교수의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 강의실이나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다음에 들었는지


이 모든 것을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면서 마치 내가 돈을 낸 만큼의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 서비스를 잘 제공받고 있는지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물론 둘 다 같은 맥락에서의 '강의 평가',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목적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매겨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

모두 함께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인지.




마지막 과정을 앞두고 우리 반 대표인 미국인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에는 우리가 이때까지 수업했던 교수들과 1년 동안의 과정을 평가하는 자리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으니, 지금까지 수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자신에게 말해달라. 그것을 잘 전달하겠다.'


나는 솔직한 내 의견을 몇 줄 적어 보냈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물어봤다.


"평가 자리는 어땠어? 누구누구 참석했어? 무슨 이야기를 했어?"


"많은 교수들이 참석했어. 그동안 우리를 가르쳤던 대부분 교수들이 다 참석해서 나도 깜짝 놀랐어. 우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말했고, 너희들의 의견을 모두 적어가서 잘 전달하려 노력했어."


교수들이 우리가 하는 내용을 다 메모하더라.
그 점이 참 인상적이었어.




스웨덴 문화에서는 호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그 사람이 회사의 높은 위치에 있거나 대학의 교수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 앞에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는다.


나라에서는 국민의 복지, 회사에서는 직원의 복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복지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는

이런 평등한 가치관이 바탕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고, 배려받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그냥 모두가 함께 '협력해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

스웨덴 복지 사회의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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