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서 더 좋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스웨덴 대학

by 초록별고래




내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과정의 이름은 'international educational research' 즉, 국제 교육 연구인데, 이름처럼 거기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을 뽑은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인은 오직 나 한 명이지만, 6명의 중국인 친구, 스리랑카, 2명의 인도, 3명의 방글라데시 같이 아시안, 그리고 이란, 또 그리스, 독일, 스웨덴처럼 유럽 친구들, 그리고 미국인 친구도 있다.


나는 대학원을 지원할 시점에 어떤 과를 선택할지 고민이 있었다.

한편으로 이제 그만 유아교육에 벗어나(나는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다른 분야의 공부를 시도해 보고도 싶었지만, 어려운 전공과목을 그것도 영어로, 생소한 어휘와 이론들을 다시 처음부터 배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지원할 때 '교육학'과 관련된 전공을 알아봤었고, 그게 내가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교육학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한번 다 배웠기 때문에 그걸 영어로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내용은 대충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내가 배우고 있는 과정은 '연구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육학'이라는 학문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학교 시절 달달 암기했던, 누가 교육학을 시작했고, 어느 시절에 어떤 교육 철학 분야가 시작되었고, 유아교육 철학에 가장 기여했던 학자는 누구이고와 같은 학문적인 것은 전혀 배우지 않았고, 오로지 현재 시점에 우리 사회에 어떤 현상이 있으며, 내가 그 현상을 보고 의문을 품고 더 연구해야 할 분야가 무엇이고, 왜 그 부분의 연구가 더 필요한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굳이 대학교 때 '교육'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그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이 과정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내가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학문적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였다.


그래서 우리 반에는 국적뿐 아니라 참 다양한 배경은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물론 교육학을 전공했거나 과거 교사로서 일을 해 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더불어 현재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친구, 정치학을 전공한 친구, 마케팅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친구, 심지어 연기과 연극처럼 예술 계통을 전공을 한 친구까지.


그렇게 우리는 모두 다른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다른 분야를 공부했지만,

지금 현재 국제적인 교육 이슈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 수업을 담당했던 여러 교수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이러한 점, 즉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경험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교육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 굉장히 흥미 있고, 오히려 교육 분야만 아는 사람들의 모임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었다.




매일 치마를 입고 학교에 오는 그 중년의 남자 교수님(전편을 참고)은 수업 첫날 다양한 인종, 국적, 배경을 가진 우리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이 클래스가 너무 좋아. 왜냐면 내가 어딜 가서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의 생각,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어. 내 연구의 방향을 잡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도 정말 중요한 시간이야."


"어떤 학문이든 비슷한 국적, 인종, 종교 등 비슷한 배경의 사람만 모여서 이야기하면 생각이 편협해지고, 항상 자기 생각만 맞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아지거든. 그건 참 위험한 일이지. 특히 교육 분야는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그러기가 힘들거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나는 여중, 거의 여고(공학이었으나 분반을 했었기에), 여대를 졸업했고, 직업도 교사였기 때문에 불행히도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은 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의 내 친구들 또한 거의 교사 아니면 행정직 공무원이었다.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점점 더 나와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게 되었던 것 같다.

의도했든 아니든 그렇게 되었다.


나는 그랬기 때문에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을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

내 생각만 맞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는 고정관념 속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나는 교육자로써 더 이해하고, 더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했을까.




여름 방학이 시작하기 전,

마지막 코스가 진행되었을 때, 나는 우리 학교에서 교육 연구자로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즉 그들이 어떻게 교육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은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8명의 연구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와 그 과정이 너무나 다양하고 신선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학사, 석사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교육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또 어떤 연구자들은 엔지니어, 마테킹, 심리학 등 다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교육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인종도, 국적도, 언어도, 학문적 배경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예전에 공부하고 일했던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재 교육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었고, 그렇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모인 '교육 연구 커뮤니티'는 더욱 활성화되고 더욱 다양한 시선으로 교육 이슈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었다.


"교육 연구자에게 커뮤니티는 정말 중요하지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은 항상 우리를 발전하게 만듭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에게 누군가 요즘 세상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양극화(Polarization)'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 많은 전쟁도, 냉전 시대도 모두 겪고 발전해 온 우리 인류가

현재 2025년 다시,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심지어 '적'이라 칭하며,

나와 같은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그룹 지어 극단적인 행동을 감행하고 있다.


한국이 현재 성별, 세대, 지역을 나누어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유럽 또한 이민자와 같은 약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차별하며 서로 미워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과학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인류의 '인간다움'은 점점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그리고 그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교육 연구자로서 공부를 하며

교육이 조금이나마 그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길, 우리의 미래 세대는 이러한 갈등을 덜 겪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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