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간이 많다.
컨디션이 언제 안좋아질지 모른다는 핑계로, 언제라도 아플 준비가 된 사람처럼 아무런 약속도 계획도 잡지 않고 태어나 가장 게으른 계절을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는 불안해 견딜 수 없었던 지난 날의 나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프리랜서 일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도
어떤 메시지와 의미를 갖고 지속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업주부라는 타이틀 안에 갇혀있고 싶지 않아 집에서도 일을 놓지 않고
지내왔는데 요즘은 꾸준히 들어오던 작업량도 줄어들고 있다.
이것 또한 불안의 요소 중 하나.
엄마에 대한 감정과 분노를 털어놓는 일기장처럼 시작했지만
이제 나는 그 감정으로부터 나아가 더 나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데
그 방향을 잡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일단은 체력부터 키우자는 마음으로 끼니를 챙겨먹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 동안은 내 끼니를 챙기는 일도 귀찮아서
늘 간단하게 시리얼이나 빵 종류로 때우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보니 살은 살대로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아주 작은 실천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샐러리 주스가 몸의 염증을 낮춘다는 정보를 보고
아침마다 샐러리 착즙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트에서 파는 소용량으로는 매일 먹는 양을 감당할 수 없어
인터넷으로 5kg씩 주문 해 손질해두고 즙을 내어 먹는다.
마치 꽃다발처럼 풍성한 샐러리 이파리들을 가위로 잘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밑작업을 하는 과정은 의외로 꽃꽂이 하는 것 마냥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준 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샐러리 주스는 이토록 푸릇한 식물에서 어찌 이리 한약같은 맛이 날까 싶을 정도로
낯설고 거북한 맛이었는데, 며칠 마시며 피부의 트러블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는
약으로 여기며 눈 꼭 감고 마시고 있다.
아침엔 공복 상태로 실내 사이클을 탄다.
인터벌로 45분 정도를 타고 나면 땀이 온 몸을 적시고,
이때의 활동량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전거 타는 일 외에는 모든 체력을 아끼며 최소한으로 움직인다.
아낀다기 보다는 모든 체력을 아침 운동에 소비한다는 것이 맞을지도
이 정도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오로.
식단은 16시간 공복 8시간 식사 하는 간헐적 단식을 테마로 하고,
정제탄수화물인 밀가루, 설탕을 최대한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우유도 먹지 않고, 커피도 줄였다.
벌써 한 달째 되어가는데 몸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뱃살이 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다.
사실 몸무게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더이상 불시에 응급실로 실려가는 불상사만은 막고싶어 나름 절박하게 루틴을 지키는 중이다.
위에 나열한 것들이 요즘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어놓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별 것 없는, 게으르기 그지없다.
남는 시간에는 유튜브로 온갖 잡스러운 지식아닌 지식들을 눈으로 담고,
마음엔 죄책감만 남는다.
머릿속은 바빠도 엉덩이는 소파에 그대로 붙어있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또 금방 간다.
나는 지금 어떤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딱히 다니는 직장도 없이, 프리랜서라는 명목 하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숨어 시간을 죽이는 무능력한 나를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그대로 둔다.
그나마 노트북 앞에 앉아 이렇듯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나를 다독여본다.
이런 시간도 언젠간 자양분이 될거다.
그런 날을 망상으로나마 꿈꿔보며 오늘을 또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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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드문드문 올라오는 글에도 하트로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늘 반가워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많이 혼란스러워 방황하고 있는 요즘
혹시 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소통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고 싶어요.
저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키워드를 던져주실 다정한 분이 계시다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