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진행자의 특권.
오후 2시 회의.
내가 맡은 작품의 초고를 읽고 전직원이(4명) 모여 피드백을 하는 자리.
"의견 말씀해주시죠?"라고 선수를 쳐 다른 사람 의견을 먼저 들으려고 계획하였는데, 대표님이 좀 더 빨랐다.
"자, 읽어보신 소감을 이야기해주시죠. PM님은 맨 마지막에 하시고 다른 분부터.."
가장 먼저 의견을 말할까봐 조마조마하였는데, 다행히 마지막을 맡게 되었다.
가장 먼저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분위기가 가장 무겁고, 피드백의 향방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정보값이 전혀 없는데다, 자칫 나만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커다란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회의는 특출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게 아니기에 묻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대표님은 "편하게, 편하게 " 이야기 하라고 하셨지만,
이야기 하는 직원들은 전혀 편할 수 없는 자리가 또 회의인지라,
다들 아주 불편하게 몇 마디씩을 던졌다.
내 차례가 될 때 쯤엔 대강의 분위기가 파악이 되어, 나의 의견을 적절히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어 몇 마디 이야기 하니, 어느 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네 사람이 참여한 회의이니 한 사람 당 25분 정도 씩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그렇게 길게 이야기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일부러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지 않기 위해 약간의 하이톤으로 열정적인 피치를 하여서 그랬을까.
한 시간이 지나고 다들 의견이 고갈되어보일 때 쯤, 대표님은 또 다시 "편하게, 못 한 이야기들 편하게 다 해봐요" 이야기 하셨고, 그래서 편하게 이야기 하였다.
"더 의견 없으시면 이상 회의 마치겠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표정이 다들 밝아졌다.
회의 진행자의 유일한 특권. 회의 종료발언권.
오늘도 무사히 회의 하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