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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2. 2015

걷는 중에 고개를 올려 바라본 하늘은

150520(5) : 베트남 하노이, 밤거리의 고기집

 쌀국수를 먹고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더운 땀과 몸에 붙은 먼지를 쓸어내고 막간의 여유를 만끽했다. 잠시 벌거벗은 채 뒹굴거리던 우리는 곧 정신을 차리고 나갈 채비를 했다. 득은 숙소로 돌아오기 전 여러 가게를 거친 끝에 6만 동에 구매한 흰 민소매 티셔츠를 입었고, 나는 제주도에 갈 때 입었던 청색과 옥색의 단가라 티셔츠를 입었다. 그 즈음 우리가 전날 빨아 널어놓은 옷과 팬티들은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무겁고 더운 공기가 훅 끼쳤으나 이젠 그리 당황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골목은 좁고 늘어선 건물들은 대게 4-5층까지 이어졌기에 쉬이 하늘을 볼 수는 없었으나 걷는 중에 고개를 올려 바라본 하늘은 종종 흰 구름이 까만 하늘 속을 천천히 유영하거나 아무런 빛도, 구름도 없이 새카맣거나 했다. 


 도로의 온갖 장애물들을 능숙히 피해가며 숙소에서 멀지 않은 우리의 목적지 식당에 다다랐다. 야간에는 그 식당을 비롯한 일대가 매우 시끌벅적해졌는데, 술을 마시는 구역과 고기를 구워먹는 구역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갖고 나누어져 있었다. 고기를 궈먹는 구역은 얼핏 대구에서 보았던 안지랑 골목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부에도 넓은 자리가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가에 내어놓는 낮은 의자에 앉아 거의 쭈그려 앉아 고기를 먹고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종업원이 우리를 어느 일행이 막 떠난 것처럼 보이는 자리를 치우며 그곳으로 안내했다. 나는 가만히 보다가 그 뒤편의 깨끗한 자리가 더 빨리 앉을 수 있을 것 같아(그리고 그 바로 옆에 두 여자가 앉아있는 것을 캐치하여) 그쪽에 앉겠다고 했다. 득의 말에 의하면 종업원이 내 의도를 알겠다는 듯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씨익 웃었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소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와 염소고기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염소고기를 먹어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염소는 우리 집에도 많아 라고 말하며 소고기를 먹기로 결정했다. 2인분 빅사이즈가 25만 동으로, 약 1만 3천 원쯤 하였다. 종업원이 하얀 밀랍처럼 생긴 덩어리를 불판 밑에 넣고 그것에 라이터로 불을 놓자 빨간 불이 넓게 타올랐다. 처음 보는 연료라 신기하였으나 종업원은 영어를 거의 못하는  듯하여 물어보지 못했다. 달아오른 불판에 식용유를 두르고, 각종 채소와 함께 고기를 올려 굽기 시작했다. 양념된 고기에서는 마늘맛이 강하게 나서 한국의 불고기가 연상되었다. 함께 구운 이름 모를 육각형의 얇은 채소에선 미끄덩한 즙이 나왔고, 실파와 양파를 고기와 함께 집어 라임을 짜낸 소금에 찍어 먹으니 꽤나 맛있었다. 함께 나온 가지와 토마토 역시 구워먹으니 내가 알고 있던 구운 가지와 구운 토마토의 맛이 났다. 


 옆자리에 앉은 서양 여성 둘이 본인들끼리 떠들다 우리에게 이 고기 언제 먹어야 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우리야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에 익숙하니 눈대중으로 알 수 있지만, 상대는 그렇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설명하기는 꽤나 복잡하여 그냥 먹고 싶을 때 먹으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자마자 고맙다고 말하고 고개를 돌려 고기를 먹은 그녀들은 입에 담은 고기를 손에 다시 뱉어냈다) 그 뒤로 그녀들과 몇 마디 대화를 종종 더 주고받았지만, 슬프게도 별일은 없었다.


 고기를 먹으며 함께 마신 맥주가 바닥을 보였지만 고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맥주 한 병과 감자튀김을 추가로 주문했다. 남은 고기로 한 병을 더 비우고, 감자튀김이 남아 맥주 한 병을 더 시켜 마저 비우니 포만감과 취기가 약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쉬기 전에 케밥을 하나 더 사먹자고 뜻을 모았다. 케밥을 찾으러 떠났다.   


푸짐한 접시. 맨 위의 알 수 없는 채소는 끈적한 맛이 났다.
손님이 직접 라임을 짜서 만드는 소스.
아래 쪽에는 밀랍처럼 생긴 연료가 들어 있었는데, 불을 붙이니 몸덩이 전체에 불이 오래도록 붙어 있었다.
왠지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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