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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2. 2015

가는 길마다 젊은 하노이의 청춘들이

150520(6) : 베트남 하노이, 밤거리의 케밥집

 케밥을 찾으러 떠나는 길은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가 익히 알던 그 길을 찾으려 숙소 앞 길에서 우회전, 그 후 좌회전 한 뒤에 다시 우회전하여 다른 곳보다 값 싼 2만 5 천동짜리의 케밥집을 찾으러 갔는데, 가는 길마다 젊은 하노이의 청춘들이 가득가득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처음 골목에서는 외국인이 많았는데,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을 거친 골목에는 베트남인들이 거의 전부였다. 정말이지 수 많은 수의 베트남인들이 그 좁은 골목에 내어놓은 낮은 의자에 앉아 하노이맥주나 타이거맥주를 감자튀김과 함께 들이키고 있었다. 그 골목은 내어놓은 의자를 제외하면 한 사람 정도 지나갈 너비만 남겨놓고 있었는데, 가로의 입면이 서구적인데다 모두 녹색 틀로 표준화되어있어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을 걷는 것 같았다. 물론 유럽의 골목이 이 정도로 시끄럽고 번잡하고 비위생적이지는 않았을 터였지만. (하지만 나는 몇 달 뒤 이 생각을 바꾸게 된다)


 사람들의 바다를 지나 여러 골목을 거쳐 케밥집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베트남 처녀가 하던 케밥 노상이었다.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그녀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서양인들의 주문을 받고 열심히 요리하는 중이었다. 사실 요리라고 해봐야 고기를 썰고, 바게트 속에 고기와 채소들을 넣어 종이에 싸는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그녀의 등 뒤에 앉아 능숙한 그녀의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우리가 시킨 메뉴 역시 그녀의 손동작 속에서 만들어질 터였다. 하나에 이만오천동, 둘이 합쳐 오만동, 한국 돈으로 이천오백 원. 고기와 채소와 빵을 합쳐 이천오백 원의 값을 받고 팔기 위해 그녀는 짧은 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오늘도, 내일도, 아마 희망이라 부르는 것이 현실이 될 때까지 케밥을 만들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우리는 케밥을 각자 손에 들고 숙소로 돌아가 마저 먹은 뒤 잠을 청했다.


캔과 토미를 만났던 곳. 여전히 많은 사람들.
외국인과 베트남인이 뒤섞여 난장판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진짜 난장판.
똥머리를 하고 맛있는 케밥을 만들던 처자.
맛있었다. 이 땐 내가 케밥을 이토록 많이 먹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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