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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2. 2015

후에는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

150521 : 베트남 하노이, Cong Cafe

 그다지 이르다고는 할 수 없는 아침,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조식을 먹기 위해 할 수 없이 일어났다. 사실 이 날은 후에로 가기로 한 날로, 전날 후에로의 교통편을 조사해 본 결과, 약 11시간이 걸리는 편안한 기차 편과 14시간이 걸리는 다소 불편한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비용은 버스가 기차 편에 비해 거의 60퍼센트 정도나 저렴하였으므로,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었다. 그리하여 당장 내일 우리는 몇 시 버스를 타야 하는가, 오전 일찍 버스를 탄다면 저녁 무렵에나 도착할 것이다, 차라리 오후 늦게 탄다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할 것이니 그게 낫다, 등등의 의견이 오갔으나, 도저히 여섯 시에 일어나서 그 먼길을 떠날 용기가 없었으므로 결국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했더랬다. 


 결국 그리하여 우리는 결코 이르다고는 할 수 없는 아침에 뭉그적뭉그적 일어나 숙소의 무료 조식을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꺼내놓아야 했던 것이다.(만일 혹시라도 하노이게스트하우스에 가서 무료 조식을 먹을 일이 생긴다면, 절대로 sticky rice는 먹지 말도록 하자) 그런데 식사하는 우리의 옆에 우리의 의중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게스트하우스의 로비걸이 다가와 오늘의 일정을 물었다. (사실 이들은 매일매일 우리의 일정을 물어오긴 했었다. 그들의 고용주가 진행하는 투어 일정을 팔아보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우리는 후에에 갈 예정이라고 했으며, 로비걸은 자신이 택시와 버스를 묶어 결재해주는 대가로 개인당 15달러를 요구했다. 사실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은 괜찮은 제안이었으므로, 우리의 일정은 그 자리에서 정해졌다. 오후 여섯 시 출발 후에 행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여덟 시 후에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맡겨두고 다시 하노이의 거리를 방황했다. 딱히 가려고 생각해둔 곳이 없었으므로, 시원해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적당히 쉬다가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로비걸은 다섯 시까지 숙소로 돌아오라고 했었다. 바람이라곤 없는 더운 거리를 걸어 숙소 주변의 카페를 탐색하였으나 그다지 끌리는 곳이 없어 결국 숙소 바로 옆 블록의 Cong Cafe라는 곳에 들어갔다. 실외 테라스에는 두어 명의 외국인이 앉아있었고, 적당한 면적의 어두운 실내는 깔끔함과 빈티지함과 세련됨이 조화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실내가 시원했으므로, 그것으로 모두 오케이. 


 득에게 아보카도 스무디를 권하고 나는 처음 보는 ameli??? 뭐 이런 이름의 과일주스를 주문했다. 새로운 주스에 도전해보겠다는 나름의 포부였으나.. 혹시라도 하노이의 콩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할 일이 생긴다면 절대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정체불명의 생과일주스는 먹지 말기를. 내가 주문한 그 음료는 강한 신맛과 설명하기 힘든 건강한 맛이 뒤섞인 녹색음료였다. 득 역시 내가 권한 아보카도가 아포가토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각자의 수단으로 여행을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득은 계속해서, 후에 가서 후회하진 않겠지? 후에는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 후에는 사랑한 후에  등등되지도 않는 개그를 중얼거렸다. 시원한 카페에서는 계속해서 아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쾌적한 우리의 공간은 곧 몰려든 두 무리의 베트남 청춘들에 의해 무너졌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소녀 셋은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워댔고, (심지어 걔네는 담배를 필만큼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낮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우리의 반대편 테이블에 앉은 한 무리의 소년들은 떼거지로 앉아 시끄러운 소음과 드문드문 담배연기를 보내왔다. 우린 곧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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