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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길을 달렸다

150523(2) : 베트남 후에, 뚜안 안으로 달리는 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는 득의 재촉에 다시 잠에서 깼다. 호텔 무료 조식의 마력은 대단해서, 한국에 있을 땐 오전에 거의 일어날 일이 없던 나의 몸뚱이까지 적어도 열 시 전에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식을 먹으려 로비로 내려오는 길에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게으름을 타파하는 무료 조식의 마법. 


 로비에 내려가 각자 치즈 샌드위치와 비엘티샌드위치, 레모네이드와 바나나셰이크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는 가져온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했으며, 득은 디씨티를 하거나 뉴스를 보며 내게 한국의 소식들을 알려주었다. 이런 게으름의 시간들로 채워지는 나의 일상이 너무나도  좋다.라는 생각들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으로 바뀌어갈 즈음, 우리는 몸을 일으켜 바다로 가기로 했다. 어젯밤 만난 동에게 여섯 번째 전화가 올 때 즈음이었다. 


 프런트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하루 만동, 한국돈으로 오천 원쯤 되는 돈이었다. 간단한 조작법을 득이 익히고, 나는 내비게이션이 될 준비를 마쳤다. (씨티맵투고 짱) 


 기름을 넣고 흐엉강을 건너 대형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본 뒤, 다시 강을 건너 돌아와 북동쪽으로 큰 길을 따라 달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루트였다. 우리는 신나서 셀카봉에 핸드폰을 장착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달렸다. 큰 위기상황 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달릴 수 있었다. 마트에서는 훈제연어 두 팩과 둥글게 저민 햄, 바게트 빵과 맥주와 음료와 망고를 사서 트렁크에 넣었다. Thuan an 해변으로 우리는 거침없이 달렸다. 


 흐엉강을 따라 달리다 강을 한번 건너고, 작은 내를 따라 계속해서 큰 도로를 달렸다. 작은 내에는 연꽃이 아닌 보랏빛 꽃을 피우는 수생식물이 가득히 자라고 있었다. 내의 변을 따라 지어진 집들은 시내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각각이 개성이 있었고, 높지 않게 이어져 있었다. 내를 따라 달리는 길은 내내 아름다웠다. 종종 소떼가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무리 지어 걸어갔고, 묶인 염소가 우리를 보고 울었으며, 푸른 하늘 아래 넓은 목초지가 나타났을 때에는 검은 소 대여섯 마리가 조용히 풀을 뜯고 있었다. 날씨는 쾌청,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길을 달렸다. 


 검은 소가 풀을 뜨는 목초지 이후에는 민가보다 평지가 더 많은 길이 이어졌다. 논농사를 지은 경작지로 추정되는 너른 평야를 좌우에 두고 달리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했다. 한국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촌의 풍경을 배경으로 달리니 큰 해방감과 카타르시스가 우릴 덮쳤다. 


 강을 한번 건너니 그곳은 섬이었다. 때때로 작은 조각구름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 아래로 바다가 잠시 펼쳐졌다. 양식장으로 쓰이는 듯한 오른편의 넓은 바다에는 대나무 장대들이 빽빽이 꽂혀있었고, 좌측에는 강의 하류가 초록의 수플들과 함께 바다를 향해 흘러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상쾌한 바람과 함께 마음에 담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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