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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새벽 다섯 시였다

150523 : 베트남 후에, 꿈 속

 이상한 꿈을 꿨다. 단편적인 기억만 남은  꿈속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은, 베트남적인 삿갓을 쓰고 밭을 매는 사촌형의 모습과 그것을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그냥 지나쳐가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 뒤편의 기억은 잠시 암전. 잠시 뒤에 나는 람과 득, 그리고 오래된 고등학교 동창 민과 함께 어딘가로 떠나는 기차 안에 있었다.


 기차 안에 차가 두어 대 있고, 람은 그중 빨간 차 안에 누워있었으며 누운 람의 턱을 민이 잡아 당기고 있었다. 나와 득은 다른 차에 있었는데, 잡담을 하는 도중 다른 손님들이 우리가 탄 객차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들은 H와 그의 남자친구 무리였다. 


 H는 나와의 관계를 아예 무시한 채, 내가 앉아있던 차로 자신의 무리를 끌고 와 태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 너 여기에는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그녀는 답이 없었다. 자신들의 무리와 웃으며 잡담을 할 뿐이었다. 그녀의 새 남자친구가 내게 다가와 통성명을 시도했다. 나는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고 이 상황이 굉장히 불쾌하니 당신네가 다가던지 내가 나가던지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그 새끼는 내게 바짝 붙어 ‘지금 내 여자친구가 이 상황을 보고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쇼. 응이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이 새끼가 지금 날 어르는 건가? 이성의 고삐가 풀려 지랄을 한차례 떨려는 차, 에어컨이 꺼진 방안의 더위에 눌려 잠에서 깼다. 새벽 다섯 시였다. 


 에어컨의 바람이 날리는 시원함이 서늘함으로 넘어갈 즈음 이를 견디지 못한 득이 에어컨을 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마 몇 시간이 지나지도 않은 채 바로 방안은 베트남의 더위가 잠식했을 터였다. 나는 괴상한 꿈에 잠시 어리둥절하였고,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로 머리가 아파 잠시 누워있다가 곧 다시 에어컨을 작동시켰다. 나는  꿈속의 내용을 다시 곱씹어보며 왜 그런 등장인물이 그런 모습으로 내 꿈에 나타났는지를 고민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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