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래 Sep 23. 2015

고요한 경내에 우리밖에 없는 듯한

150522(4) : 베트남 후에, 지에우데 국사

 흐엉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크고 구조미가 돋보이는 다리인 트랑티엔 Trang Tien 교를 건너 황성의 동쪽에서 북남으로 흐르는 동바Domg Ba운하를 따라 올라가면 지에우데 국사가 있을 터였다. 트랑티에교를 걸어서 건너는 길은 조금 덥지만 즐거웠다. 다리에는 보행자를 위한 길이 따로 구획되어 있었고,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건너는 길에 바라본 흐엉강은 아름다웠다. 오후 다섯 시를 넘어가는 강가에는 태양이 이미 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었다. 고도가 낮은 태양은 우리의 얼굴에 정면으로 와 부딪혔고, 수면에 비스듬히 흩어진 햇빛은 반짝이는 물비늘을 만들었다. 장난기 많은 소년이 엎어트린 보석함처럼 물비늘은 흔들거리며 반짝거렸다. 


 다리 위에는 많은 오토바이가 지나다녔다. 저마다 강의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동했다. 오토바이가 다니는 다리 위로는 철로 만든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리를 받치는 기둥들을 건너지르는 아치와 아치들을 연결하는 트러스가 그것이었다. 전체적으로 공주의 금강철교와도 닮은 이 다리는 알고 보니 사실 19세기 프랑스의 기술자 에펠이 설계한 다리였다. 파리의 에펠탑을 설계한 그 에펠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니 트랑티엔교가 어딘지 모르게 에펠탑과 닮은 듯도 하였다. 트러스와 아치가 만들어내는 구조미가 도드라지는 다리 밑을 걸으며 우린 연신 땀을 쏟아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동쪽으로 걸어가니 롯데리아와 오락실 등을 포함한 커다란 마트가 보였다. 마치 청주의 종합체육관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건물에 흥미가 생겨 들어가보니, 생필품과 식자재는 물론 각종 전자제품과 장난감, 문구, 완구 등을 모두 취급하는 대형매장이었다. 우리는 딱히 살 것은 없었지만, 내부를 둘러보며 먹을만한 식자재를 살펴보고 시세를 알아봤다. 슬라이스 된 연어에 군침을 흘리던 우리는 허기를 느껴 롯데리아에 가 치킨과 콜라를 사먹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황성의 동쪽 마을을 지나니 운하가 나왔고, 운하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 운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동바 운하가 언제 지어진지는 알 수 없었으나 축조된 위치를 볼 때 황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운하의 폭은 약 15-20m 정도로 일정했으며, 축조방법은 우리나라의 해자 축조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80도 안팎의 경사를 두고 자연석을 허튼층 쌓기 하여 만드는 것. 이곳의 돌들에서는 붉은 빛이 났다. 


 운하를 따라 올라가니 곧 목적지가 보였다. 눈여겨 보지 않았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법도 한 작은 입구 안으로 사찰의 건물들이 보였다. 정문은 단단히 잠겨있었기에, 우리는 남쪽의 열린 작은 문을 통해 조심스레 들어갔다. 지에우데 국사는 응우옌 왕조 시절 국가의 후원을 받았던 사찰 3곳 중 하나로,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의 근거지로도 쓰였다고 했다. 경내에 네 개의 낮은 탑이 특징이라고 하였는데, 동서방향을 축으로 하여 동쪽에 금당이 서향하고 앉았으며 그 방형의 영역 네 귀퉁이에 낮은 탑이 배치된 형식이었다. 금당의 배면, 즉 사찰의 가장 동편 깊숙한 곳에는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있는  듯했다. 


 4탑 1금당 형식은 들어보지 못하여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었으나, 입장이 허용되는 구역은 금당 전면까지인  듯했다. 때문에 금당 뒤편에 배치되어있을 나머지 두 개의 탑은 볼 수 없었다. 어딘지 배치가 경주의 사천왕사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 터라 그 뒤편의 영역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끝내 알 수 없었다. 사천왕사지의 북편에는 탑이 아니라 추정 단석지가 있었지만. 


 사찰의 정문과 금당 사이에 서 있으니 고요한 경내에 우리밖에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경내에 심어진 나무들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 나무들의 녹음 사이로 때때로 작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금당은 정면 세 칸의 겹지붕 형식의 건물로, 그 전면에 곧 다가올 초파일의 행사용인 것으로 추정되는 무대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부처상이 설치되어있었다. 금당 앞에서 조심스레 사진을 찍고 있을 무렵, 오토바이를 타고 한 현지인 가족이 우리 뒤에 나타났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바로 동이었다. 동. 

매거진의 이전글 후에는 큰 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