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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북쪽의 바다라는 것은

150523(3) : 베트남 후에, 뚜안 안

 우리는 달리고 달려 Thuan An 섬에 도착했다. 약 이십 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섬에 도착해 몇 분 정도 북쪽으로 더 달리니 그 북편에 모래사장과 함께 아름다운 해변이 나타났다. 소나무 숲 사이로 얼핏 보인 그 해변으로 가기 위해 길을 꺾어 들어가니,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휴양지의 광경이 펼쳐졌다. 베트남 소년 둘이 각자 저마다의 고용주에게로 우리를 데려가려 입구에서 손짓했다. 오토바이 주차비와 의자 및 테이블 대여료가 따로 있는  듯했다. 우리는 오른편으로 돌아 오토바이 주차료 6 천동을 낸 뒤 바다로 향했다. 


 사실 우리는 텐트를 들고 갔으나, 주변에 텐트를 치고 노는 무리는 하나도 없었으므로, 또한 넓은 움막의 주인이 부르는 움막 아래의 의자와 텐트 대여료가 그리 비싸지 않았으므로, 흔쾌히 자리를 빌려 앉기로 했다. 의자 세 대와 테이블 하나가 바로 움막 아래 해변가에 차려졌다. 우리는 가운데 의자에 짐을 풀고 먼저 식사를 준했다. 


 마트에서 사온 연어와 햄, 그리고 바게트가 중심 메뉴였다. 득이 맛을 보자며 사온 피자빵으로 입맛을 돋운 후 두툼히 썰려진 바게트를 손으로 뜯어 그 위에 연어와 햄을 얹어 먹었다. 연어는 언제나 옳다. 살짝 비린 맛과 함께 찾아오는 고소함과 짭조롬함, 그리고 깊은 연어의 향기. 구워먹어도, 생으로 먹어도, 훈제하여 소스와 함께 먹어도 맛있는 연어는 바게트 위에 올려 먹어도 끝내줬다. 나는 앞서 사간 맥주 세 캔을 뜯었으며, 득은 콜라와 환타를 마셨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마시는 맥주의 맛은 비록 식었어도 환상적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먹고 쓰며 바다를 바라보니 수 많은 현지인들이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있었다. 우리 옆의 한 가족은 조개를 비롯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국수를 먹으며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으며, 맞은편에 앉은 대가족은 찐 게 요리를 먹으며 유쾌하게 웃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하안 백사장과 바다에는 수 많은 베트남 소년, 소녀, 청춘, 황혼 남녀가 떠다녔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북쪽의 바다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쉬이 상상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동해와 서해, 남해는 있어도 북해는 없다. 반도의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이지 않은 우리에게 북해는 낯설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북쪽의 바다를 택한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보통 한국에서 태양이란 녀석은 바다 위에 떠 우리를 괴롭히기 마련인데, 북쪽의 바다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우리는 태양을 등지고 편히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나는 쓰고 읽고 먹고 마시며 너른 차양 밑에 앉아있었고, 득은 먹고 때때로 마시며 바다에 들어갔다가, 태양 아래 몸을 태우거나 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난 이후 가장 한가롭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준비한 음식들을 거의 해치워나갈  때쯤, 해가 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보였고, 우리 역시 이와 맞추어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앉은 해안의 왼쪽, 즉 서편으로 붉은 해가 자줏빛 석양을 그리며 천천히 지고 있었다. 우리는 짐을 챙기고 일어나 주차해둔 우리의 오토바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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