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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석양이 흩어놓은 빛의 향연은

150523(4) : 베트남 후에, 뚜안 안에서 구글호텔

 해변에서 나온 뒤, 우리는 아주 약간의 감성과 아쉬움에 젖어 남은 기름을 달리는데 모두 써버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섬의 동으로 동으로, 남으로, 남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는 해를 등지고 남북으로 가느다란 섬의 중앙을 관통해 횡단하는 길이었다. 섬의 남쪽으로는 때때로 넓은 바다와 그 앞의 경작지가 보였고, 북쪽으로는 화려한 석조물로 구성된 묘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경작지에는 종종 소 떼가 붉은 석양 아래서 풀을 뜯었고, 도로와 함께 내달리는 작은 천에서는 백 마리는 넘을 것 같은 오리 떼가 줄지어 다이빙을 하곤 했다. 


 북쪽으로 펼쳐지는 묘지는 매우 흥미로웠다. 목조건축물을 축소 모방하여 지은 듯한 그 석조물들은 대부분 경사지붕을 얹은 원림건축과 같은 구조물과 이를 둘러싼 담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특징이 달라 그것들이 모여 형성해낸 풍경은 마치 작은 마을을 보는  듯하였다. 각각 자신의 집안의 능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수 많은 의장적 요소와 색으로 치장되어 있었으며, 그 규모 역시 제각각이었다. 우리는 바람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각자의 카메라에 담았다.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여겨졌을  때쯤 켜본 지도에는 우리가 남동쪽으로 멀리 와 있으며, 이 기다란 섬의 끝까지 가기에는 아직도 한참의 거리가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길을 돌려 이번엔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수 많은 묘소와 논과 밭과 소와 오리와 바다가 역순으로 우리 뒤로 흘러갔다. 석양이 흩어놓은 빛의 향연은 아름다운 노을로 우리 눈에 담겼다. 우리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만끽하며 액셀을 밟았다. 거리를 서성이던 어여쁜 소녀가 ‘알로!’ 하며 우리와 인사했다. 


 섬을 관통하여 왔던 길을 다시 직진하여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아쉬움 속에 길을 돌고 돌아 모든 기름을 소진한 끝에, (숙소 한 블록 앞에서 기름이 모두 떨어져 현지인 청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 나온 우리는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주는 해피아워의 프리비어와 주문한 오리고기를 먹으며 포켓볼을 한판 치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아름답고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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