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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23. 2015

바퀴벌레의 시체 하나가 없었다면

150522(2) : 베트남 후에, 구글호텔

 후에에 도착한 우리는 홀란드 인들과 작별하고 우리가 정했던 구글호텔을 찾았다. 후에의 새벽은 밝고 더웠다. 하노이에서보다 오토바이와 차가 적었지만, 그것은 새벽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오토바이가 드문드문 지나가는 도로를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걸었다. 도로의 중간중간마다 일찍 일어난 거리의 노점상 주인들이 주섬주섬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전 여섯 시의 후에는 새벽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고, 거리엔 종종 사람들이 있었으며, 걷기엔 조금 더웠다. 


 큰 길을 따라 걸으니 금세 구글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의 방값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14달러였다. 우리는 우리 때문에 연락을 받고 급히 출근한 듯한 여성 직원의 안내를 받고 308호로 올라가 휴식에 들어갔다. 방은 하노이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조금 못했지만, 나름대로 아늑하고 정갈했다. 하얀 시트가 덮인 침대 두대가 작은 삼성 평면 텔레비전 앞에 놓여있었고, 그 옆에 서있는 벽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화장실에는 욕조 대신 샤워부스가 있었고, 내부는 대리석 무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타일로 깔끔하게 덮여있었다. 그곳에 죽어있는 바퀴벌레의 시체 하나가 없었다면 조금 더 완벽했을 것이다. 


 쓰레기통에 바퀴벌레의 시체를 넣어두고 지친 몸을 잠시 침대에 뉘었다. 인식하지 못할 사이에 금방 잠에 들어버렸다. 


바보같이 나온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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