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래 Sep 23. 2015

어두운 밤거리와 검은 웅덩이, 밝은 골목길과 꼬치

150527(2) : 베트남 호찌민, 밤거리

 호찌민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숙소를 잡아야 했다. 다행히 슬리핑 버스가 호찌민에 진입할 무렵 불길하게  한두 줄기 떨어지던 빗줄기는 도로에 얕은 웅덩이들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해가 완전히 가라앉은 호찌민의  첫인상은 그렇게 웅덩이로 남은 검은 물덩이들과 어두운 하늘, 어수선한 버스 터미널과 짐을 들고 떠나는 사람들, 공원처럼 보이는 으슥한 곳을 지나는 우리와 우리 앞을 먼저 지나가는 덩치 큰 쥐 같은 것들이었다. 


 우리는 이번에는 책에 의지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호텔이 많아 보이는 거리에 간 뒤 한 명은 길을 건너고 한 명은 건너지 않은 채 길을 걸으며 만나는 호텔의 방값을 물어보러 다닌 것이다. 그렇게 대강의 시세는 파악되었으나 그다지 적당한 방은 찾기 힘들었다. 결국 우린 검은 웅덩이를 몇 개 더 지나고, 더블룸에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부른 모텔에 짐을 풀었다.


 방은 3층에 있었고,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는 비교적 괜찮은 방이었다. 텔레비전과 작은 냉장고가 있었지만 우린 별로 쓰지 않았다. 약간 작은 방에 침대은 더블사이즈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화장실 배수구에는 아직 꿈틀거리는 바퀴 한 마리가 배를 보이며 누워 있었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뜨거운 물이 언제나 나온다는 점에서 후에에서의 숙소보다 괜찮았다. 하루에 16달러를 주며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짐을 푼 뒤, 우리는 호찌민에서의 첫날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밖으로 나갔다. 


 호찌민은 큰 도시였지만, 우리가 있는 지역에서는 멀리 반짝이는 탑 같은 빌딩들 외에는 그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 나라의 수도는 하노이지만, 경제적 중심지는 호찌민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호찌민은 뭔가 서울 같은 느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숙소 주변은 공원이 있는 것만 다를 뿐, 하노이의 번잡한 골목길과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는 시끄럽고 번잡한 밤의 골목에 미끄러져나갔다.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는 골목을 몇 번 왕복하니 대강의 시세가 느껴졌다. 몇몇 펍과 식당은 하노이보다 저렴했고, 몇몇은 훨씬 비쌌다. 특히 아가씨들이 손님을 끄는 큰 펍들은 더욱 비쌌다. 우리는 물론 저렴한 곳을 찾아다녔다. 작은 케밥이 만동 하는 gotcha라는 곳에서 케밥을 먹고, 거리의 바비큐 꼬치구이 집에서 만 동짜리 꼬치구이를 열 개 씩 먹었다. 돼지와 닭, 염통과 채소들이 정연하게 꽂혀 숯불에 구워 나왔다. 맥주도 함께 곁들여 마셨다. 꽤 배가 불렀으나, 꼬치구이집의 맞은편에 분짜(론리플래닛 하노이 편에는, 하노이의 야시장에서 분짜를 먹어보지 않는 것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다고 적혀있었다)를 파는 번듯한 가게가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 가격이 저렴했으므로, 마지막으로 분짜를 먹자고 했다. 한국식 떡갈비 같은 구운 돼지고기가 달콤하고 따듯한 육수 속에 떠 있고, 접시에는 쌀국수 면과 고수 등의 채소가 함께 나왔다. 우리는 분짜까지 먹은 뒤에야 부른 배를 두들기며 숙소로 돌아왔다. 


 결국 우리에게 호찌민의  첫인상이란 어두운 밤거리와 검은 웅덩이, 밝은 골목길과 꼬치와 케밥과 분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24시간의 버스 이동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