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래 Sep 23. 2015

호찌민의 낮 풍경엔 빗줄기가 무심하게

150528 : 베트남 호찌민, 여행자 거리

 무료 조식이 없는 호텔이어서인지, 우리는 이전 날들에 비해 약간 늦게 일어났다. 일어난 뒤 잠깐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와 밍기적거리고 있으니 어느새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다. 호텔의 와이파이가 잘 터져 나는 오랜만에 하스스톤을 다시 하거나 책을 읽거나 했고, 득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폰을 만졌다. 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맘껏 게으름을 피웠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싸하게 올라올  때쯤, 득이 씻고 나가 보자고 했다. 우리는 폰을 덮고 차례로 샤워한 뒤 나갈 채비를 마쳤다. 우린 서로 여행 중 처음 꺼내는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득은 내 머리를 젤로 만져주었다. 들뜬 마음과 게으름으로 찌뿌둥 해진 몸을 안고 즐겁게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러나 호텔 로비의 정문 너머로 보이는 호찌민의 낮 풍경엔 빗줄기가 무심하게 퍼붓고 있었다. 


 우리는 좌절하여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내게는 우산이 있었고 득에게는 우비가 있었지만 우리 둘은 모두  그렇게까지..? 하고 생각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나갈 필요는 없었다. 목적지도 흐릿했으며, 현지인의 증언에 의하면 비는 한 시간 뒤에 그친다고 했으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진 방 안에  누워하던 게으름을 마저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시간 뒤에 비가 그친다는 현지인의 증언이 무색하게도, 두 시간 쯤이 지나서야 빗줄기가 조금 옅어졌을 뿐이었다. 다섯 시가 넘어가는 중이었다. 우린 잠시 고민하다. 빗줄기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외출을 결심했다. 나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외출한 지 이십 분도 채 안 지나서, 바로 다시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우린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처마가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억수처럼 세게 쏟아지는 비였다. 우린 한 호텔의 프런트 앞에서 잠시 쏟아지는 비를 보며 고민하다가, 이왕 비를 맞은 거 이대로 저녁을 먹으며 비가 그치길 기다려보자고 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여행자 거리로 돌아가 전력으로 질주해 전날 밤 갔었던 케밥집에 도착했다. 스몰케밥을 두 개 먹고, 다시 뛰어서 어제 갔던 꼬치집에 가 꼬치를 먹었다. 꼬치를 다 먹고 나니 비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거리는 어두워지고, 우리가 있는 여행자 거리는 어느새 어제 밤 호찌민에 도착해서 돌아다녔던 그 모습이 되고 있었다. 우린 이 거리를 벗어나 호찌민의 밤 풍경을 좀 보기로 했다. 득이 벤탐 마켓에 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여 지도를 보며 그곳으로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두운 밤거리와 검은 웅덩이, 밝은 골목길과 꼬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