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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5

어김없이 택시기사는

150519 :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게스트하우스

 무사히 베트남에 입국한 이후, 택시를 타고 노이바이공항에서 하노이 게스트하우스를  가려했다. 그러나 베트남 택시에 대한 악명을 익히 들어온 우리는 어떻게든 공항 택시 외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었고, 공항의 한 카페에서 하노이맥주를 마시며 와이파이를 잡아 고민한 결과 우린 공항 택시를 타되 가격을 흥정해보기로 했다. 

 공항 택시 앞에서 서성이던 우리는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구도심까지 22만 동을 요구했지만 영어를 못하는 기사는 무조건 미터를 찍고 가던지, 20달러를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승복하고 미터를 찍고 달리기로 했다. 


 노이바이 공항에서 하노이까지 달리는 길은 매우 현대적이며 도시적인 공간이었다. 인천공항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가는 길 내내 주위는 푸른 녹음과 빨간 기와집의 연속으로 이어졌다. 거대한 현수교를 하나 넘은 뒤, 도심지역으로 진입할 때는 거대한 빌딩들과 아파트들도 볼 수 있었다. 아시아 도시 특유의 속도감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즈음 나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셀룰러 데이터를 쓰지 않고도 다운받은 시티맵투고를 통해 나의 위치정보를 지도 속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 택시기사님이 우리에게 덤터기를 씌우는지 아닌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기사님이 의외로 꽤나 신뢰 가능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할 즈음, 밖에는 하노이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이상한 이름의 고급 호텔이 보였으며, 호텔보이가 현재 룸이 만원이니 자기네 계열의 다른 호텔로 이 택시를 타고 가서 안내를 받으라는 말을 하였다. 우리는 연거푸 노땡큐를 연발하며 우리가 알아서 걸어가겠으니 여기서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호텔보이는 끈질겼고, 택시기사는 우리 같은 사람은 의외라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터에 찍힌 38만 동을 내고 배낭을 꽉 둘러맸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었다. 


 베트남의 공기는 후덥 했고, 어깨에 맨 배낭은 너무 무거웠다. 거리엔 수없이 많은 오토바이들이 자동차들 사이를 질주하며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댔고, 먼지와 소음과 호객꾼들의 손짓 속에서 우리는 책과 핸드폰만을 의지한 채 길을 찾아야 했다. 나는 론리플래닛에 적힌 하노이게스트하우스의 위치만을 계속 되뇌며 시티맵투고에 표시되는 내 위치를 그곳에 일치시키려 걸음을 옮겼다. 낯선 길이 계속되고, 우리는 드디어 같은 장소에 다다랐지만, 그곳에 하노이게스트하우스는 없었다. 

 시티맵투고에서 검색해보니 약 1키로가량 떨어진 곳에서 하노이게스트하우스가 점멸하고 있었다. 더위와 소음과 먼지와 어깨에 짊어진 무게에 짓눌린 우리는 약간 허탈감을 느꼈지만 다시 걸음을 옮겼다. 주변지역에 다다라 몇 차례의 탐색을 마친 끝에 드디어 하노이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고, 22달러에 안내받은 우리의 임시거처는 너무나도 훌륭해 우리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방은 싱글베드 두개에 욕실이 딸려있었고, 무려 에어컨과 선풍기, 티븨와 냉장고 등이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일단 쉬기로 했다. 우리에게 그곳은 사치이자 감동인 장소로 남았다. 


비어 하노이는 맛있었다.
감동의 숙소..
이곳이 얼마나 사치였는가를 우린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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