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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5

우린 아주 맛있다고 대답해줬다

150919(2) : 베트남 하노이, 꽌 비어 민

 하노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일단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식사 장소는 우리의 바이블인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꽌 비어 민Quan Bia Minh으로 정했다. 꽌비어민의 야외 테라스에서 저렴한 가격의 베트남 음식을 먹고 싶었다.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선 우리는 샤워로 쾌적해진 몸을 다시 땀과 먼지의 세계로 던져놓아야 했다. 베트남의 밤은 낮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오토바이는 거리를 메웠으며 더위는 삶은 걸레처럼 우리 몸을 치덕치덕 덮치고 있었다.


 인도에 세워진 오토바이와, 설치된 행상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꽌비어민에 도착해 2층으로 안내받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가 지나온 길을 벗어나 객체로서 베트남의 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건너편 건물의 불이 밝혀진 1층 상가에서는 백인 할아버지가 남성 안마사에게 어깨 안마를 받고 있었고, 불 꺼진 그 옆 건물은 가로등의 붉은 빛에 비쳐 그 세장한 입면에 새겨진 의양풍의 외관과 옥상의 식물들이 붉은 음영으로 짙어졌다. 길거리는 소음과 오토바이로 가득했고, 인도는 젊은 청년들과 행상으로 붐볐지만 우리는 오래된 고즈넉한 식당 2층의 테라스에서 이 모든 것들을 관망할 뿐이었다. 


 채소와 돼지를 볶은 요리와 바질로 향을 낸 닭요리가 생맥주 두 잔과 함께 준비되었다. 바질로 향을 낸 닭요리는 이국적인 맛이 났다. 바질향과 함께 볶아진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맛을 돋게 했으며, 기름에 볶은 닭 역시 함께 먹으니 배를 불리기에 좋았다. 돼지요리는 양파와 돼지가 간장소스에 볶아진 것이 중국 요리를 연상케 했다. 간이 적절했고, 양은 조금 부족했지만 고생한 첫날의 저녁으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하노이 생맥주는 상상 이상으로 끝내줬다. 라거의 시원하고 깨끗한 뒷맛과 함께 에일의 향긋함까지 더해져 맥주의 종류를 가늠할 수 없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더욱 감동이었다. 돼지요리와 닭요리는 각각 8만 동 정도였으며 맥주는 2만 동이었다. 우리는 배를 채우고 나와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가게를 나오는 길에 한 무리의 외국인을 만났는데, 계단에서 마주친 나이 지긋한 외국인들은 길이 좁자 뛰뛰- 소리를 내며 위트 있게 지나갈 길을 확보했다. 우리에게 ‘이집 어때요?’ 하고 묻는 그들에게 우린 아주 맛있다고 대답해줬다. 


 그리고 우리는 길에서 케밥을 두개 사서 먹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소음과 오토바이로 가득한 하노이의 밤거리.
생맥주는 거의 언제나 맛있다.
바질을 비롯한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닭요리.
밤의 호수는 참 서정적이야.
어린 소녀가 팔던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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