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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5

그들은 퍽킹 김정은을 연발했으며

150519(2) : 베트남 하노이, 밤거리

 숙소에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던 득은 샤워를 다시 하고 약을 먹었으며 나는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다가 잠들어버렸다. 한 시간쯤 뒤에 일어난 나에게 득은 약간 지루하다며 외출의 의지를 밝혔고, 나는 동의하여 함께 다시 밤길을 나섰다. 그때가 약 11시 즈음이었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야시장을 찾아가려 했지만 애써 찾은 그 장소에 야시장은 이미 닫았는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가던 길에 있던 수많은 펍과 클럽과 가맥(?) 집들을 기억했고, 그들 중 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되돌아온 길에서 우리는 한 가맥집 앞에서 한 무리의 외국인을 목격했다. 백인 정모야? 하고 웃으며 지나갔던 그곳에 여전히 수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즐겁게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우리 역시 한잔에 오천동인 생맥주 두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백인정모는 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도 주인에 의해 정리되고, 주인은 우리를 건너편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순식간에 그 많던 외국인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사라졌고, 우리는 남아있던 몇몇 외국인들을 바라보며 둘이 앉아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한 백인 남자가 우리 자리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자신을 홍콩 태생의 중국인이라 소개한 그 남자는 몸짓과 표정이 풍부한 사내였다. 연신 fuck을 섞어가며 우스개소리를 하던 사내 옆에 다른 흑인 남성이 앉았고, 흑인 남성은 담배처럼 보이는 것을 말아 피우며 우리와 인사했다. 나중에 들은 그의 이름은 캔이었다. 캔과 홍콩남은 아는 사이인  듯했다. 캔은 말수가 없었고, 홍콩남은 말이 많았다. 금세 다시 우리 주변에는 삼삼오오 외국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캔과 홍콩남 사이로 한 중년의 백인 남성이 비집고 들어와 이야기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나중에 자신을 토미라고 소개한 그 남자는 목소리가 폐암 말기 환자처럼 거칠었으며, 머리가 작고 머리숱이 별로 없는 스코티시였다. 그들은 함께 말아피우는 담배를 나눠 피우며 우리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캔과 토미는 모두 베트남에 살고 있으며 영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홍콩남은 이때부터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다른 외국인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남한에서 온 여행자라고 밝히자 그들은 퍽킹 김정은을 연발했으며, 우리에게 남한의 정치적 상황과 분위기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들은 어째서 김정은이 어린 나이에 권력을 쥘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고, 어째서 북한 국민들은 궐기하지 않는지 답답해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들을 하고, 그 친구들과 그 밖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뒤 숙소로 돌아왔다. 한 시 경이었다. 


길거리의 생맥주는 참 싸다. (그것보다 그들이 피우던게 과연 담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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