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래 Oct 16. 2015

우린 먼저 황궁으로 갔다

150601(2) : 캄보디아 프놈펜, 캄보디아 황궁

 우린 먼저 황궁으로 갔다.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왕정제가 유지되고 있는데, 20세기 중반 스스로 왕좌를 버린 뒤 자신이 만든 정당을 배경으로 선거에 출마해 총리가 되었던 과거의 왕이 크메르 루주 시대를 거쳐 다시 왕이 되었던 배경이 있었다. 현재의 왕은 그 왕의 아들. 황성 주변은 우리가 프놈펜에 머물었던 동안 내내 축제 분위기였는데, 특히 황성 동쪽 강과 맞닿은 광장이 그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있던 기간은 왕의 환갑 생일을 기념하는 주간이었다고 했다. 거리마다 왕의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화려한 틀과 함께 걸려 있었다. 현재의 캄보디아는 왕정제인가? 입헌군주제인가? 잘 알 수 없었다. 


 황궁은 동쪽에 입구가 있었다. 둘이 합쳐 13달러에 매표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황성에 입장할 때에는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득이 입은 민소매를 가리키며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당황스럽기는 주변의 민소매 스타일의 서양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티켓박스 앞에 놓인 매대를 가리키며 판매 중인 3달러짜리 반팔티를 사면 된다고 했다. 득은 울며 겨자먹기로 황성의 베스트뷰가 프린팅 된 흰색 반팔티를 3달러에 구매했다. 


 들어가는 길은 담과 부속채 사이에 난 작은 길이었다. 길의 오른편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여성과 웃통을 벗고 서서 각기 다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남성의 조각들이 놓여 있었다. 길을 돌아 왼편으로 꺾자 황성의 넓은 영역이 보였다. 각각의 건물들은 높은 기단 위에 놓여있었고, 저마다 높이 솟은 예각의 합각 지붕을 화려하게 장식해 얹고 있었다. 높은 기둥들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듯했으며 기둥 상부에는 가루다나 여인상 같은 것들이 처마를 두손 들고 받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미색의 입면과 주황색의 지붕, 황금색의 바닥 타일과 기타 장식들이 조화를 이뤄 화려한 황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붕 타일들의 색에 변화를 주어 카펫 같은 패턴을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각개의 건물 내부에는 크메르인들의 고대 유물들이나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건물 안에는 수 많은 불상들이 가득했는데, 손바닥보다 작은 불상들이 많았고, 그보다 더 크거나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불상들도 있었다. 대부분 세 단 이상의 높은 단 위에 앉아 있었고, 때때로 누워있거나 서있거나 했다. 종종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 등 뒤로는 깨달음의 상징인 보리수들이 금동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영역은 제한되어있었다. 아직까지 황궁이 황궁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들의 은밀한 영역에 우리가 들어갈 수는 없을 터였다. 우리는 서쪽 회랑으로 나가 은탑Silver Pagoda로 향했다. 


 은탑은 가이드북에 의하면 1키로짜리 은 타일이 수천 장 쓰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몇백 개의 다이아몬드가 쓰인 순금 불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건 볼 수 없었다. 그냥 비슷한 건물이 다른 영역에 한채 더 있고, 그 안에는 더 큰 불상이 있고, 그 정방형의 영역 귀퉁이 네 군데에 돌탑이 하나씩 있다는 정도 밖에. 은탑을 둘러보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놈펜 관광 속성 코스를 돌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