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래 Oct 24. 2015

종종 빨간색 꽃을 피운 나무들이 지나갔다.

150603(2)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왓의 앙코르톰을 달리다

 매표소 이후 앙코르 사원으로는 약 2키로 정도를 더 달려야 했다. 남북방향의 대로는 직선으로 곧게 앙코르 사원까지 뻗어 있었고, 매표소는 길의 동쪽 변에 위치해 있었다. 직선으로 달리는 동안에 직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매표소로 꺾어 들어가라고 수신호를 했다. 


 달리는 길은 좌우로 펼쳐진 수고 15-20m가량의 수벽으로 만들어진 터널 같았다. 짙은 녹음 아래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피해 도로의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 달리자니 벌레 소리도 들리고, 바람소리와 나뭇잎 살랑이는 소리들도 들렸다. 푸른 수벽 사이에서는 종종 빨간색 꽃을 피운 나무들이 지나갔다. 


 관광객은 매표소 이후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 없게 되어 있지만, 현지인들은 툭툭, 오토바이, 자동차 등 무엇이든 가능했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입장권 없이 매표소를 무시하고 앙코르로 향했으며,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운전했다. 결국 관광객들은 우리처럼 유일하게 허용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끌고 가 땀을 흘리던지, 툭툭 기사나 가이드가 딸린 미니버스를 빌려 편하게 여행하는 두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물론 원한다면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지만, 앙코르 사원의 영역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해볼 만한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3일간 하루에 약 2-30키로를 달렸으니까. (종종 달리는 관광객들을 보긴 했지만,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탄 우리를 부러운 듯 쳐다보곤 했다)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앙코르 사원에 도착한 우리는 1일 차의 여정으로 앙코르 톰 Angkor Thom을 선택했다. 앙코르 톰은 13세기 자야와르만 7세가 건설한 크메르 제국의 마지막 수도로, 한 변이 3km에 이르는 정방형의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우린 앙코르 사원에서 가장 거대한 영역을 가진 그곳의 남문으로부터 진입해 들어갔다. 


 남문은 앙코르왓의 서문에서 북쪽으로 1km가량 떨어져 있었다. 앙코르톰은 넓은 해자에 둘러 쌓여 있었기 때문에 거대한 문은 넓은 다리를 거쳐야만 지나갈 수 있었다. 다리의 난간은 수 많은 인물들이 뱀신인 나가의 꼬리를  줄다리기하듯 당기고 있는 장면을 돌로 조각하여 형상화하였다. 뱀의 꼬리를 당기는 수 많은 인물들은 각기 다른 표정들을 짓고 있었는데, 더러는 머리가 없었고 일부는 없어진 머리를 복원하였는지 머리와 몸의 색이 달랐다. 다리 밑으로 펼쳐진 해자는 넓고 깊어 보였다. 과거에는 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악어들을 풀어놓았다던데, 지금은 물가 근처에서 희거나 검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을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주 리뷰 - KLA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