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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4. 2015

혼자 방에서 텔레비전을 봤다.

150603(6) : 캄보디아 씨엠립, 게스트하우스 안

 앙코르 톰에서 돌아온 날, 혼자 방에서 텔레비전을 봤다. 텔레비전에는 한국방송도 나오고, 외국영화들도 나왔다. 스파이더맨 3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방에서 혼자 본 채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아프리카 초원지대의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암사자 무리가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버팔로 한 마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버팔로는 뿔로 사자를 들이받으며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마리의 사자가 버팔로의 등에 매달리고, 한 마리가 버팔로의 주둥이를 움켜쥐고 제 입 안에 넣었다. 잠시 뒤, 버팔로는 쓰러지고 어디선가 나타난 수사자가 식사를 시작하자 맹수들의 입들이 단체로 빨갛게 물들었다. 


 암사자 한 마리가 어린 가젤을 사냥하는 장면도 나왔다. 가젤은 잠복해있는 맹수의 위협을 감지하고 갈지자로 뛰었으나 뒤 쫓아온 암사자의 앞발에 차이자 힘을 잃고 쓰러졌다. 암사자는 어린 가젤의 축 늘어진 목을 물고 유유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하이에나 무리 역시 초원에서는 강자였다. 그들이 집단적으로 뛰어들고 나면 목표물은 잡히지 않는 적이 없었다. 사냥에 성공한 하이에나들은 얼굴 전체에 시뻘건 피를 묻혀가며 사냥한 동물을 씹어 삼켰다. 


 물소 떼들이 단체로 강을 건너고 있었다. 수 많은 물소들이 전속력으로 초원을 질주하여 강물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틈을 노리는 암사자 한 마리가 조용히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경솔했다. 사자가 비집고 달려든 틈은 물소 떼의 성난 아가리였다. 강으로 내달리는 그 비탈길에서 암사자는 물소 떼의 뿔들을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수 많은 물소떼들이 암사자를 들이받고 짓밟았다. 암사자는 앞발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이내 허리가 부러진 듯 움직이지 못했다. 


 캄보디아의 작은 게스트하우스 방안에서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모호한, 그러나 그 경계선이 그어지는 순간 생과 사가 갈리는 세계.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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