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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4. 2015

작은 잎들이 물비늘처럼 흔들렸다.

150604 : 캄보디아 씨엠립, 게스트하우스에서 앙코르 왓으로

 전날 앙코르 유적지를 처음 둘러본 우리는 앙코르툼에서의 바욘 사원만큼이나 앙코르왓 역시 매력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했다. 사실 앙코르 유적지 하면 앙코르왓만 있을 줄 알았지, 그렇게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있늘지 몰랐던 우리는 3일 프리패스를 구입한 뒤 유적들의 관람 순서를 정해야만 했다. 앙코르왓은 이틑날인, 바로 지금이었다. 


 다시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앞으로 나갔다. 득은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며, 될 수 있다면 오토바이를 빌려가자고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책에서 앙코르 유적지에는 오토바이나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툭툭을 빌리던지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명시해놓은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득은 유적지 안에 오토바이 많은 거 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은 봤으나 오토바이를 탄 관광객은 보지 못했으므로, 난 여전히 반대했다. 만일 혹시라도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가 입구에서 저지당하면 우린 얄짤없이 그 거대한 유적지를 걸어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랬다. 


 결국 일단 자전거를 타고 간 뒤, 입구에서 물어보고 오토바이가 허용된다면 마지막 날에는 오토바이를 타자고 결정했다. 


 결정했으면, 두 다리를 굴려 앞으로 나간다. 날은 덥고, 덥고, 정말이지 뜨겁고 습했다. 한껏 게으름을 피운 우리가 숙소를 나선 시간은 대략 2시쯤이었다. 해가 뜨거운 만큼 하늘은 맑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엉덩이가 아픈 만큼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었다. 유적지에 가까워져 오면 나타나는 높은 가로수들 사이로도 바람이 불어 작은 잎들이 물비늘처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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