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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4. 2015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간 동안

150604(2)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왓

 자전거를 달려 전날 등 뒤로 보냈던 앙코르왓 앞에 다다랐다. 앙코르왓은 거대한 해자에 둘러싸인 채 멀리서 우뚝 서 있었다. 앙코르왓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서편에만 있었기 때문에 우린 앙코르왓의 서쪽 다리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3시가 지나가는 그 고고한 유적지에는 이미 세계 각지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다리의 난간을 만들고 있는 뱀조각이 사원의 정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묵직한 돌로 만들어진 석교는 귀틀석과 청판석으로 바닥을 맞춘 전형적인 평교 형식의 다리였다. 해자의 너비가 꽤나  긴 데다가, 다리를 건너간 뒤에도 한참을 걸어야 사원의 문이 나왔으므로 우린 상당히 걸어가야만 했다. 다리를 건너고 정문에 다다르는 동안 사원은 점점 거대해졌다. 사원의 문은 좌우로 회랑을 거느린 채 탑처럼 솟아있었다. 오래된 돌들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돌에 피어난 지의류들과 변색된 부분들을 통해 읽혀졌다. 


 문을 지나자 계속해서 직진하는 길이 지면에서 볼록하게 돋아 닦여 있었고, 그 좌우로 펼쳐진 평지에 대칭하게 서고로 쓰인 건물이 놓여 있었다. 앙코르왓에서 볼 수 있는 탑 형의 건축들과는 다르게 목조건축을 돌로 모방한 듯한 느낌이 드는 이 건물들은 T자형의 평면을 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 몇 마리의 말이 풀을 뜯고 있었다. 


 앙코르왓으로 더 가까이 가자 북측의 도서관 너머로 큰 연못이 보였다. 연을 비롯한 수상식물이 부유하는 연못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저마다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연못은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해가 반사되어 노랗게 빛났다. 그 연못가에 천막을 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옷과 공예품과 음료 따위를 팔았다. 우린 땀도 많이 흘렸고, 오늘은 석양이 질 때까지 이곳에 있을 예정이었으므로 잠깐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천막 중 하나에서 맥주를 사러 가니 일하는 여자애가 한국말을 곧잘 해서 놀랐다. 여자애는 우리에게 ‘오빠, 앉아있어’ 하며 우릴 자리로 안내했다. 앙코르왓 앞에서 앙코르맥주를 마셨다.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간 동안 바람이 불었다. 맥주는 시원했고, 맛있었다. 나는 여기서 보조용 크로스백을 하나 샀다. 코끼리가 그려진 끈이 길고 수납공간이 꽤 있는 가방이었다. 


 우린 조금 쉰 뒤, 앙코르왓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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