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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4. 2015

내일은 일출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

150604(5)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왓과 펍스트릿

(석양 보기 전의 일)

 탑이 있는 상층부에서 내려오니 웬 무대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일열로 서있었다. 공작새 같은 남자도 있고, 무희 같은 여자들도 있어 뭔가 전통극을 공연하는 건가? 싶어 기대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두커니 서있는 그들 주위로 모여들어 앉아있었다. 우리도 역시 그들 근처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무대의 주인공들은 가만히 서서 누군가의 사인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십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하나 둘 떠날 때 즈음 무대의상을 입은 그들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소품들을 정리하여 퇴장해버렸다. 이게 뭔가. 뭔 말이라도 해주던지, 기다리던 우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투덜대며 자리를 떠났다. 



(석양 후의 일)

 아픈 엉덩이를 참고 어두워진 저녁 도로를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우린 땀에 젖은 몸을 씻기고 식힌 뒤 조금 쉬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씨엠립의 펍스트릿에서 생맥주와 치킨, 새우탕수육을 먹었다.


 다음날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비록 엉덩이가 이제 성치 못하지만, 아직 삼일 입장권의 유효기간이 5일이나 남았지만, 내일도 달려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리고 이왕 마지막으로 갈 거, 오늘 일몰도 본 겸 내일은 일출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 뭐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결국 우린 일출을 보기로 했다. 생맥주를 세잔 마신 내가 다음날 새벽 네시에 일어날 수 있을진 신뢰할 수 없었지만, 난 내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앙코르왓의 일출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에 약간 늦은 잠을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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