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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Sep 16. 2016

아니, 가이드랑 같이하면 차도 된단 말이야?

150605(2)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왓

 일출을 보기에는 조금 늦은 기분이 들어, 약간 빠르게 자전거를 달렸다. 새벽녘이었음에도 벌써 차가 조금씩 다녔다. 그래도 낮의 찌는 더위에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를 위태하게 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상쾌했다. 흑청 빛의 하늘 사이에는 밝은 달이, 우리 앞에는 바람이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좌회전하여 다리를 하나 건너고, 그대로 우회전하여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리면 유적이 나온다. 달리다 보면 어느새 민가들은 사라지고, 키가 높은 수목이 우거진 가로수가 나온다. 그 가로수를 조금 더 달리면 바로 매표소가 있는 입구가 있고, 거기서 더 달려야 비로소 앙코르왓이 보인다. 


 입구에 조금 못 다다른 가로수 초입 부근에서, 득이 갑자기 멈췄다. 득은 주머니에 넣어놓은 팔토시를 어디선가 흘린 것 같다며, 주워올 테니 입구에 먼저 가 있으라고 했다. 곧 오리라 생각하고 먼저 달렸다. 득은 뒤로 돌아갔다. 나는 곧 입구에 도착했다.


 득은 꽤 늦었다. 사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자줏빛으로 여명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초조해졌다.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앙코르왓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온 듯했다. 우리처럼 자전거를 탄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가이드와 동행하여, 뚝뚝을 타거나 차를 타고 왔다. 아니, 가이드랑 같이하면 차도 된단 말이야? 정말 부당하군. 무슨 유적의 보호 때문에 자전거밖에 안된다더니. 가이드와 함께 온 관광객들은 차나 뚝뚝에 가만히 앉아서 가이드들이 매표하고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초조해졌다. 주위가 조금씩 더 밝아지고 있었다. 나는 입구 밖으로 나가 득을 기다렸다. 


 이내 득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득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팔토시는 한 짝밖에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 팔토시는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거기까지 갔다 왔단 말야? 득은 많이 힘들어 보였다. 전력질주를 했다고 했다. 일단 우린 자전거를 달려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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