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망고가 있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망고가 없는 삶이다. 망고 없이는 못 살아라고 했는데 정작 한국으로 돌아가니 망고 없이도 살아지더라. 그게 너무 슬펐다. 망고 없이도 살아진다는 게.
망고가 없는 삶을 사는 동안 비관적인 생각이 늘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고 사람들과 사소한 다툼도 잦았다. 세상 모든 것들을 시니컬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삶의 이유를 찾기 힘든 나날들이 많았다.
망고가 있는 삶은 늘 긍정으로 가득 차 있고 삶에 활기가 넘친다. 언행이 친절해지고 어떠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따 망고를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버텨낼 수 있다.
나는 마침내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망고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이 망고를 모두 먹고 영혼의 비타민 충전을 완료한 후 풍등을 날리는 이펭 축제를 보러 갈 거다.
당신은 지금 망고가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십 대 때는 늘 하늘이 노랬다. 졸업을 하자마자 시트콤 막내작가로 취업을 했지만 교통비도 안 되는 월급 덕분에 밤에는 공장에 다녀야 했다. 후에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 공모전에 뽑혀 미니시리즈 데뷔를 준비할 때는 공장에 갈 시간이 없어서 사채를 끌어다 쓰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는 일도 하고 시나리오 작법 강의를 하면서 형편이 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삼십 대 중반에는 투자 실패와 인간관계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어릴 적부터 앓고 있었던 불안장애가 더욱더 극심해졌다.
그때 나는 죽을 생각을 했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죽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태국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언젠가 돈을 더 많이 모으면, 언젠가 월세집의 평수가 더 넓어지면, 언제가 바쁜 일이 끝나면 가서 오래 머물자고 했던 태국으로 그제야 가게 된 것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던 태국에 가니 매 순간 행복해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많이 좋아졌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 매 순간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늘만 생각하며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거구나.
그 후로 나의 삶은 바뀌었다.
나는 지난 삼 년간 한국에서보다 태국에 더 오래 머물렀다. 한국에서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것과 달리 태국에서는 길을 걷다가 사람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들뜨고 매일 밤 악몽 없는 깊은 잠에 빠지곤 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죽음을 생각했더니 나의 욕망을 이해하게 되었고 마침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경험이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태국에 있는 동안 나는 나의 여러 가지 고민과 경험을 매일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놓게 되었다. 이제부터 보여드릴 것은 지난 몇 년간 태국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이다.
내가 태국을 사랑하는 이유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태국여행을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힘든 삶의 시간을 빛나는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고민의 흔적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책이다. 모쪼록 나의 글을 읽은 독자들이 모두 자신만의 ‘태국’을 찾았으면 한다.
# 일부 가게 이름은 독자들이 치앙마이 여행을 할 때 구글맵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영어 이름을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 정리한 원고를 모두 올린 것은 아닙니다. 책 출간 전에 가감할 예정입니다.
# 만일 필요하다면 지면에 나온 가게에 대한 정보들도 책에 명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