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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Apr 25. 2023

태국 송크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내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번 송크란 역시 이십 대 때와 다름없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뜨겁게 축제를 즐겼다. 다시 한번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다.⠀

 삼 년 만에 다시 돌아온 2023 송크란 축제가 모두 끝이 났다. 올해는 방콕에서 촌부리, 파타야로 이동하며 일주일 동안 송크란을 즐겼고 십오만보를 걸었다.⠀

 젖은 채로 계속 걸으며 축제를 즐기느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축제가 끝나고 다음 송크란 때까지 계속 후회할 것 같아서 가지고 있는 모든 열정들을 하얗게 불태웠다.⠀

 다시 한 번 너무나도 행복했던 축제가 끝나버려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즐겼기에 미련은 없다. 여전히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뜨거운 마음이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한계는 없다.⠀

 한국에서는 명절이 힘들고 슬프다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축제여야 하는 명절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힘들고 슬프게 하는지 늘 의아했다. 왜 우리에게는 일 년 동안 손을 꼽아 기다리는 축제, 잠시 나를 내려놓고 모든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즐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행복한 축제가 없는 걸까?⠀

 방콕시에서는 삼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송크란 축제가 대성공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내년에는 카오산뿐만 아니라 타창과 라차담넌 대로까지 송크란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

 축제 때는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모두 사라져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꼭 숨겨놓았던 아홉 살의 소년과 소녀를 만날 수 있는 이 대단한 축제. 당신도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나보기를 바란다.⠀

⠀올해도 송크란에게 참 고맙다. 카오산에서, 람부뜨리에서, 방센에서 그리고 파타야 비치로드에서 다정한 눈빛과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은 이들 모두를 기억한다. 우리는 아마 전생에도 참 좋은 인연이었을 것이다. 지난밤 꿈에서는 람부뜨리에서 내 손을 붙잡고 카오산으로 이끌었던 네네를 다시 만났다. 여전히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불가능한 것이 없는 사람이라서⠀

 이곳에서는 그런 나를 자주 확인할 수 있어서. ⠀

 축제가 끝난 후에도 다시 기다릴 당신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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