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쎄 Oct 21. 2019

[타로일기] 마음의 신호를 타로로 들을 수 있다면

요새 새로운 오라클 카드를 구입하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지인들에게 타로점을 봐주게 되었다. 모두 호기심에 찬 기대의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어서 빨리 타로를 펼쳐보라고 재촉한다. 나는 산지 얼마 안 되는 오라클 카드와 묵은 타로카드를 섞어서 카드를 펼쳐보았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커다란 오라클 카드를 조심스럽게 섞으며 불안한 기분이었지만 타로는 역시 실전 경험이 중요하니 일단 해 보기로 한다.

걱정과 달리 지인들은 타로 풀이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누군가는 격렬히 공감하며 뒷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사건의 퍼즐을 맞춰보며 쾌감을 느끼거나,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겨 침묵 속에 깊은 한숨을 짓는 듯했다. 그리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며칠 후 내게 연락해서 타로가 남긴 여운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거나 그간 업데이트된 일들을 전하며 흥분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타로는 분명히 내면과 공명하는 신기한 도구이다. 물론 당신이 마음을 열고 타로카드를 펼쳤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타로가 새로운 사실이나 엄청난 비밀을 알려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내면에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있다. 아직 밖으로 내어보지 못한 목소리가 되기 전 고치가 된 유충들이라고 해야 할까. 온몸을 꽁꽁 싸맨 고치들은 이미 마음속 깊이 숨어버렸고, 너무 작은 유충들을 내 귓가에 와 닿지 않을 만큼 작은 몸짓으로 꿈틀거리며 “바로 지금이야”, “여기는 위험해”, “한 번 시도해볼까”, “좀 쉬는 건 어때”라고 애써 속삭여보지만, 귓가를 간질이는 옅은 바람처럼 가볍게 지나칠 뿐이다. 사회적 기대와 관계 속에서 예의를 갖추느라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보살핌을 받을 때를 번번이 놓친다. 매번 다잡아야 하는 순간들에 치여 정작 중요한 내면의 소리는 마음의 심연으로 떠밀려 내려간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휘적휘적 더듬어 찾아야만 건질 수 있게 된다.

힘 없이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에 힘을 주어 바깥으로 꺼내려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의 마음을 깨워줄 무엇, 때로는 뜬구름 같을지라도 영혼의 울림, 솔메이트의 텔레파시, 낯선 이의 슬픔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 내 어깨로 떨어지는 낙엽이나 길 고양이의 눈빛처럼 지나칠 수 있지만 가만히 느껴보면 마음이 일렁이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타로는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숨 죽은 말에 목소리를 덧입혀주고, 타로 리더에게 그 말을 분명한 목소리로 발화하도록 지시한다. 그래서 타로 리더는 용하거나 신기를 받은 존재이기보다는 타로 카드의 충실한 전달자에 가깝다.

작가의 이전글 [타로일기] 타인과 속 깊은 고민을 나눈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