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당신의 좌표는 어디?

은하계 밖 어딘가에서 인생의 좌표를 찍어야 한다면

by 글쎄

당최 지도의 어느 좌표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한줌도 안되지만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이 간단해보이고 너무 당연해보이는 본인의 죄표를 일아내려고 하지만 세계는 내게 어느 방향 표시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만 빼고, 모두가 세계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듯 할 때가 있다. 나는 세상 멍충이가 되어서 누구에게도 당황스런 감정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나만 빼고 모두가 아는 그 세계의 비밀 아닌 비밀을 알아내려고 애쓸 때가 있다.


나는 몇개월 전에 이스라엘에 왔다.

주변의 모든 이슬람 국가와 불화하며 중동도 유럽도 아닌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지도 위의 좌표와 정체성이 삐그덕대는 나라

오늘도 세계뉴스를 총격과 테러로 장식하는 나라

유럽과 아메리카 문화권에서 온 세속적인 사람들이 세웠지만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다.


동북아시아의 끝에서 도착한 이 한국인은 자신의 좌표를 어디에 찍어야 할까.


모두가 지도도 없이 혼잡한 도시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구글 지도에 집 주소를 넣고도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고,

기차 시간도 읽을 줄 모른 채로,

누구도 내가 발음하는 거리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하고

모두가 나를 도와주려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잃어 버린 곳에서

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몰라

질문조차 할 수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그런 곳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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