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어요. 갑자기 내 눈 앞에 낯선 것들만 가득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이 아파왔어요. 돌아보니 내 등에 기다랗고 곧은 나무가 박혀있었어요. 수면 위에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물체가 날 뒤덮는 것 같았어요. 나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엄마를 찾았어요. 그때였어요. 깊은 물 속에서 엄마가 날 향해 올라오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다급한 목소리고 내게 고개를 숙이라고 했어요. 내가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고 물속으로 잠수하는 순간 엄마가 내 등 위로 올라왔어요. 순간 등이 찌릿했는데 내 등에 박혀있던 나무가 부러져 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엄마는 수면 위로 올라가서 나를 밑으로 내려 눌렀어요. 엄마의 살이 닿자 아까보다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았어요.
"엄마, 무서워."
"괜찮아, 이제 엄마가 왔으니 엄마만 믿으렴."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었어요. 그리고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어요. 나는 엄마 말대로 깊은 곳으로 내려가려고 했어요. 그치만 지금 당장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간다는 게 왜인지 너무나 겁났어요. 나는 머뭇머뭇거렸고, 엄마는 그런 나를 더 꼭 안아주었어요.
"할 수 있어 아가야. 엄마가 함께하고 있잖니. 할 수 있어."
"알았어요... 이제 내려갈게요..."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어요. 그때였어요. 바닷물이 점점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어요. 나는 처음 맡아보는 피비린내에 눈을 돌렸어요. 엄마의 옆구리였어요. 그곳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작살이 엄마의 살점을 뜯어내듯 당기고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선홍빛 피가 바다로 뿜어져 나왔어요. 엄마가 내 위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는 동안 피는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갔어요. 나는 엄마의 등 이곳 저곳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어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 앞은 온통 검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나는 두려웠어요. 부끄럽게도 그 두려움은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닌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어요. 수면 위에서는 사람들의 소리치는 소리와 무언가가 계속 터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엄마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그럴 때마다 바다를 더 검붉게 물 들일 뿐이었어요. 그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어요.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