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구름 Jul 20. 2015

고래 : 제 8장. 완전한 사랑

 수면 위에서 사람들이 분주했다. 그들은 어미고래의 옆구리에 성공적으로 작살을 꽂은 후 등 이곳 저곳에 몇 개의 작살을 더 꼽아 힘껏 당기고 있었다. 제아무리 크고 힘이 센 고래라도 인간이 만든 무시무시한 기계의 힘 앞에서는 쉽게 뽑히는 썩은 나무와 같았다. 하지만 어미고래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여전히 새끼를 자신의 배 아래에 숨겨 보호하며 그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 넘는 사투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에 어미고래는 거의 탈진해있었다.  사실 어미고래의 운명은 처음 작살이 옆구리에 박혔을 때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 없었다. 고래는 혈우병을 앓는 동물이기 때문에 한번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제 아무리 거대한 고래라도 많은 피를 흘리게 되면 결국 죽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얼음같은 바다 속에 많은 양의 피를 쏱아낸 어미 고래의 움직임이 줄어들자 사냥꾼들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작살 줄을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어미고래가 새끼와 함께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미친 듯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어미고래는 있는 힘껏 새끼 고래를 아래로 밀며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 힘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포경선이 급하게 흔들렸다. 갑자기 무서운 힘으로 헤엄쳐 내려가는 고래 때문에 배 위에서는 감아놓았던 작살줄이 정처 없이 풀려나가고 있었다. 배 위의 선원들은 풀어지는 밧줄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고래사냥의 끝을 알리는 최후의 몸부림이라는 것을 말이다.)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어미고래는 새끼 고래와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가며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어미고래는 그 노래에 자신이 얼마나 새끼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 세상이 어떤 곳이며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노래로 들려주었다. 그 노래가 얼마나 크고 슬펐던지 바다 속에 있던 모든 생물들이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아무런 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바다에 닿자 어미는 노래를 멈췄다. 그리고 헤엄도, 호흡도 멈추었다. 어미는 새끼 고래만 남겨놓은 채 천천히 작살줄에 끌려 올려갔다. 새끼 고래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어미고래를 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아주 서럽게, 마치 죄인이 된 듯이...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이번주부터 월,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