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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구름 Jul 23. 2015

고래 : 제 9장. 적막한 세상

  고개를 들면 빛이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물 밖의 하늘이 보고 싶지 않았어요. 숨을 쉬기 위해 하늘을 봐야 한다면 다시는 숨도 쉬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나 때문이었어요. 모두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나는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홀로 울고만 있었어요. 더 이상 이 세상에는 노래도 없고, 빛도 없었어요. 나는 조금 전 엄마를 잃었고, 계속해서 드는 죄책감이 내 마음을 너무나 괴롭게 했어요. 나는 이제 이 넓은 바다 속에 혼자가 된 것 같았어요.

 얼마나 이 어둠 속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숨을 쉬러 올라가지 않은 지 몇 시간, 아니 며칠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어두운 바다 속에 여전히 홀로 울고 있는 내 옆으로 다른 고래들이 조용히 다가왔어요.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는 몸을 비비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는 동안 그들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마침내 가장 숨이 긴 아저씨가 내게 말했어요.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이제 그만 올라가야지."


 "싫어요."


나는 금방이라도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우리는 모두 그녀를 사랑했다. 그래서 너를 찾아서 돌아 온 거야. 너도 엄마의 노래를 똑똑히 들었겠지. 그녀의 노래를 떠올려라. 그리고 그 어리석은 죄책감이나 두려움에서 빠져나와해. 언젠가 너도 엄마처럼 되어야 하지 않겠니? 사랑하고, 노래하고, 용서하고 말이야."


"어쩌면요... 하지만 엄마처럼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널 도와줄거야. 자 이제 함께 위로 올라가자."


 그 무엇보다도 '엄마처럼 되라'는 아저씨의 말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어요. 나는 다시 수면으로 올라갔어요. 이제 내 곁에 엄마는 없었지만 엄마가 나에게 보내준 친구들이 함께 있었어요.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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