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나 고래의 피에 취한 바다는 이제 하늘을 붉게 물 들이고 있었다. 고래들은 아무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먼저 떠난 어미고래에게 작별의 몸짓을 하고 검푸른 바다 위에 원형의 물보라를 일으키며 서쪽으로 향했다. 이제야 겨우 성체가 되어가고 있는 새끼 고래는 오늘 그의 삶이 다할 뻔 했다. 그러나 어미는 새끼를 대신해 자신의 피로 저주받은 바다를 깨끗이 씻어내었다.
새끼 고래는 앞으로의 삶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어미의 선물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어미를 다시 만날 그날에 부끄러운 모습이 되지 않게 그 두 번째 삶을 경건히 살아갈 것이다. 고래가 서쪽으로 떠나던 날 밤, 북극의 하늘에서는 오로라, 아니 신성한 영혼의 빛이 유난히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었다.
아직 Epilogue가 남아있습니다. 이번주 목요일이 [고래 : 이야기의 시작] 마지막 업로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