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일본에 갔었다.
정확한 지역은 어디였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곳에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모양의 전통 옷을 입고 있었고 나는 그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었다. 길을 걷다 보니 야외에 양 옆으로 길게 탁자가 놓여 있는 곳이 나왔는데, 꼭 장례식장 빈소가 떠올랐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잠깐 쉬어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신을 벗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참 이런 우연이 있을까. 마침 일본에 살고 있던 친구가 자신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그곳에 앉아있었다. 친구의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나는 친구와 손으로 반갑게 인사하며 말했다.
"와- 너무 귀엽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새끼 고양이는 대답을 했다. 그 녀석... 말을 할 줄 알았다. 사람 말을 말이다. 나는 너무 놀라 친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친구는 태연하게 말투로 대답했다.
"여기 일본에서는 말할 줄 아는 고양이들이 많아. 모두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키거든. 일본은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많이 키워왔잖아. 그러니까 교육법도 한국보다 훨씬 앞서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리 구름이는 야옹야옹 밖에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교육시켜야 말을 하게 되는 거지?'
'아, 부럽다. 나도 구름이랑 말이 통했다면 참 많은 대화를 했을 텐데...'
'그런데 저 고양이는 새낀데 목소리는 마치 성인 남자 같잖아. 대체 뭐지'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친구의 고양이는 내 손바닥 위에 올라와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던졌다. 그러나 나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라서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풍선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터트릴 뿐이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은 터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기만 했다. 생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풀이 죽어갔다. 왜냐하면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대부분은 나의 고양이 구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과 죄책감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풀이 죽은 채로 친구와 그의 고양이와 함께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었다.
햇살이 내가 앉은 곳 바닥에 사다리꼴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대화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햇살은 따뜻했고, 나무들은 살랑바람에 여유로운 춤을 추고 있었다. 어서 다시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친구와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다시 걸을 때 큰 이모부와 큰 이모를 순간 본 것 같기도 한데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뜨니 10시다.
'아... 말하는 고양이 진짜인 줄 알았는데... 별 희한한 꿈을 다 꿔보네'
그래도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기분이 참 좋다.
얼른 정신 차리고 우리 구름이 밥 주러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