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구름 May 02. 2017

다르지만 같은 말

미술관에서의 첫 번째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짧은 글들이 내 시간에 한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한 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토막글들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동화가 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브런치에 연재하기 전에 처음으로 썼던 이야기는 어마어마하게 큰 스케일의 판타지 어른동화였다. 나는 마치 J.J 톨킨이 된 것처럼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만들고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캐릭터를 구상하고 이야기를 써 내려갔었다.

 그러나 그림이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때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를 명확하게 보았고, 그 이야기를 수정해가는 과정에서 결국 완성을 아주 먼 미래로 미루었다. 대신 나는 아주 작은 이야기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동화들은 모두 처음 썼던 이야기에서 뻗어 나온 작은 에피소드, [고래]와 [름름이]가 되었다.


 이처럼 이야기도 그렇지만, 나는 거의 모든 창작의 시작을 보통 아주 짧은 글로 시작하는데, 그것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는 매우 다양하게 풀어내기를 좋아한다. 나의 전공인 '조소'라는 매체를 넘어서 드로잉, 동화, 음악,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의 확장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이야기를 쓰는 것은 미술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조금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만, 질문을 던지고,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감정을 생산해내며,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작업을 하나의 번역 과정이라고 본다. 내가 시각예술로써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음악으로, 그리고 공연 퍼포먼스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 번역 작업을 하는 데에는 작곡가인 누나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작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온전히 그에게 전달하게 되며, 그는 그 말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만 같은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다르지만 같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몇 년간 이러한 번역 작업을 틈틈이 해왔다. 그리고 번역이 되어 나온 여러 개의 노래 중에 몇 개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는 하나의 이야기. 미술관에서의 퍼포먼스로 말이다.




지금 전시가 진행 중인 고양 아람미술관 안에서 퍼포먼스를 가질 예정입니다.

5월 5일 금요일, 낮 2시에 미술관 내, 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 앞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전시와 공연 함께 감상하러 와주세요~



아람미술관 전시장 모습
아람미술관 전시장 모습
아람미술관 전시장 모습


작가의 이전글 비는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