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름이는 그동안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느꼈어요.
'덩치만 키운다고 멋진 구름이 되는 게 아니었어. 먹구름처럼 강력한 천둥번개를 가져야 비로소 최고의 구름이 될 수 있어!'
름름이는 온 마을을 두루 다니며 아궁이에서 올라오는 연기들을 삼키기 시작했어요. 연기를 삼킬 때마다 그나마 남아있던 하얀 빛깔의 몸은 점점 어두운 색으로 변하더니 곧 름름이의 모습도 무시무시하게 변해버렸어요. 모양과 색깔만 변한 것이 아니었어요. 름름이는 성격마저 점점 더 괴팍해졌어요. 몸이 점점 더 어둡고 거대해지자 시도 때도 없이 마을에 천둥번개를 퍼부었어요. 름름이가 다녀가는 마을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하늘도 보지 않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어요. 름름이는 이제 구름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조차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어요. 그럴 때마다 이 모든 일이 바로 먹구름무리 때문이라고 원망했어요.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해진 름름이는 먹구름 무리를 찾아 나섰어요. 그 모습은 이전보다 더 검고 무시무시했어요.
오랜 비행 끝에 드디어 먹구름무리를 찾아냈어요. 름름이가 곧 먹구름무리와 싸움을 벌일 거라는 소식에 온 세상이 주목했어요. 흰구름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이 싸움의 승자를 궁금해했고, 사람들조차 모두 밖에 나와 두손을 모은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름름이는 큰 입을 벌려 먹구름 무리 중에 작은 녀석들을 쉴 새 없이 삼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먹구름무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들은 뱃속에 들어있던 번개들을 름름이에게 마구 퍼붓기 시작했어요. 온 세상은 곧 어두움으로 뒤덥혔고 온통 천둥번개와 낙뢰로 가득했어요.
길고 긴 싸움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어요. 생각보다 싸움이 더 치열했던 터라 밖에 나와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벌벌 떨고만 있었어요.
콰과광!
우르르 쾅쾅!
온 하늘을 찢는듯한 마지막 굉음이 울리자 갑자기 온 세상이 침묵에 빠졌어요. 싸움을 지켜보던 흰구름무리도, 저 아래에 산도, 바다도, 그리고 집에서 떨고 있던 사람들도 작은 숨소리 조차 내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