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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구름 Oct 03. 2015

름름이 : 제9화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다름 아닌 저 '구름 너머의 나라'에서 보았던 날개족 청년이 름름이 앞에 있었어요.

름름이는 날개족의 모습을 보자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반가웠어요. 이제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옛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던 거죠. 마음이 풀어진 름름이는 날개족 청년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놨어요. 자신이 왜 '구름 너머의 나라'를 떠나려 했는지부터 '름름'이라고 이름 지은 이야기,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구름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흰구름들을 먹어치우고 먹구름들과 싸운 그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말이에요. 그러자 가만히 이야기를 다 들은 날개족 청년이 말했어요.


"이곳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구나. 그런데 넌 이름 없는 존재가 되는 게 두려웠던 거니?"


"난 멋진 이름도 가지고 싶었고... 그리고 대단한 존재가 되어서 내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누리고 싶었을 뿐이야. 그건 모두가 그렇잖아? 물론 내 계획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해버릴 줄은 몰랐지만..."


름름이는 그동안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러자 날개족 청년은 름름이의 왼쪽 어깨에 앉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 혹시 그건 아니? 이름이 없는 건 고대의 왕들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란다. 그래서 고대의 왕들은 그들의 통치기간에 이름을 쓰지 않았어. 왜냐면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도 없는 존재였거든. 그러니까 이름이 없다는 건 어쩌면 네가 이미 대단한 존재였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는 말이야. 음... 그런데 말이야, 너는 사실 이름을 가지고 있어. 다만 네가 그 이름을 잠깐 잊어버렸던 것 같아."


"내가 이름이 있다고?"


"응. 구름 너머의 나라의 모든 존재는 모두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 구름 치기 아저씨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 이름이 뭔데?!"


"그건 구름 치기 아저씨한테 가서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가 그곳을 떠난 날부터 그분이 널 얼마나 찾아 헤매었는 지 몰라. 온 나라를 다니며 널 찾으시다가 아래 하늘에 내려와 있는 널 발견하고는 날 보내셨어."


름름이는 구름 치기 아저씨가 자신을 찾아 헤매었다는 말에 펑펑 울었어요. 하지만 이미 모든 비를 쏟아내어서인지 도무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말야"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름름이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날개족 청년이 전해주는 말이 한편으로 너무나 기뻤어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날개족 청년을 와락 껴안았어요. 슬픔에 찼던 름름이의 얼굴엔 어느새 함박웃음이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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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름이는 아래 하늘에 내려왔던 길을 따라 날개족 청년과 함께 하늘 위로 비행했어요. 바로 름름이의 돌아갈 집, '구름 너머의 나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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