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면 가장 먼저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젖을 먹어요. 우리 엄마 젖은 정말 꿀맛이에요. 나는 엄마 덕분에 항상 배가 통통해지는데 엄마는 점점 배가 홀쭉해지는 것 같아서 가끔은 맘이 안 좋기도 해요. 어제는 엄마에게
"엄마는 왜 밥을 먹지 않아요?"
하고 물었었는데 엄마는
"우리 아가가 배부르면 엄마도 배가 부르단다."
라고 했어요. 참 신기하죠? 그나마 배를 채워주고 있던 내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왔으니 배가 더 많이 고플 텐데 배가 부르다니 말예요. 아직도 우리 둘 사이에 뭔가 연결고리 같은 게 있는가 봐요. 젖을 배불리 먹으면 난 항상 엄마랑 재밌는 놀이를 해요. 엄마랑 하는 놀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미끄럼틀이에요.
"엄마, 나 미끄럼틀 태워주세요!"
라고 말하며 수면 가까이 헤엄을 치고 있으면 엄마는 어느새 내 밑으로 들어와 넓은 등으로 나를 수면 밖으로 들어 올려요. 그러면 나는 엄마 등을 타고 물속으로 쭉- 미끄럼 타고 내려오죠. 정말 스릴 있어요. 특히 수면 위로 높이 오를 때면 저 너머 수평선이 보이기도 하고 하늘 위를 헤엄치고 있는 귀여운 물고기들도 보여요. 엄마는 그 물고기들의 이름이 '새'라고 알려주었지만 내가 보기엔 꼬리가 짧은 물고기처럼 보여요.
엄마 등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난 그래도 물 속을 구경하는 걸 더 좋아해요. 이 곳은 온통 에메랄드 빛인데 바위 틈에 피어있는 예쁜 식물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 꽃나무들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요. 바다는 참 신기한 곳이에요. 나는 아직 먼 곳까지 나가보진 못했지만 소리로 보는 법을 배우면서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바다를 보다 보니 모르긴 몰라도 이곳은 아주아주 넓고, 깊고 또 신비로운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나는 이 바다에서 매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요. 어제는 꽃 사이로 헤엄치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을 보았어요. 나는 내가 이 바다에서 가장 작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나는 어제와 다르게 몸집이 빠르게 크고 있지만 아직 혼자 다니지는 못해요. 엄마 말로는 이 넓은 바다는 아주 위험한 곳이라 엄마랑 꼭 함께 다녀야 한대요. 게다가 난 아직 잠수도 30분 밖에 하지 못해요. 자주 숨을 쉬러 수면으로 올라가야 하다 보니 더 멋진 모험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해요. 나는 이 다음에 커서 대단한 모험가가 될 거예요. 아직 가보지 못한 모든 바다를 다 여행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멋진 노래를 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