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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구름 Jun 22. 2015

고래 : 제 4장. 북극해

 언제부턴가 어둠 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길어졌어요. 물도 많이 차가워졌고요. 너무나도 오랫동안 헤엄을 치다 보니 배가 엄청 고팠어요. 엄마는 우리가 곧 북극해에 도착해서 다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거라고 했어요. 여태까지 내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물고기래요. 세상에, 물고기라니... 여지껏 엄마 젖이랑 크릴새우 몇 마리만 먹어 본 터라 물고기를 사냥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그래도 잘 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나는 머릿속으로 우스꽝스럽게 생긴 물고기를 상상했어요. 내가 태어난 곳에서는 물고기들이 알록달록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치만 온통 검푸름 빛만 가득한 이곳에서 그런 귀여운 물고기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난 북극해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을 치며 물고기 사냥하는 연습을 해봤어요. 아주 빠르고 날렵한 몸짓으로 사냥감을 단번에 낚아챌 거예요!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드디어 북극해에 도착했어요. 우리는 마침내 오랫동안 계속해왔던 헤엄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렸어요. 북극해의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었어요. 처음 본 북극해의 인상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어요. 이곳으로 오는 내내 내 위에서 함께 해 오던 엄마가 옆으로 와서 곧 있을 사냥에 대해 설명해주었어요. 엄마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무리에서 가장 숨이 긴 대장 아저씨가 노래를 불렀어요. 갑자기 다른 아저씨들도 바쁘게 움직였어요. 엄마와 나도 서둘러 아저씨가 노래하는 쪽으로 헤엄쳤어요. 대장 아저씨는 벌써 청어떼 밑으로 들어가 원을 그리며 공기방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아저씨 둘도 그 뒤를 따랐어요. 나머지 아저씨들과 우리는 재빨리 청어떼 밑으로 들어가 청어가 밑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수면 쪽으로 몰았어요.


Copyright 2015. 고래나무왕(whaletreeking) all rights reserved.


 "지금이야!!"


 누군가가 마지막 신호를 했고 우리 다섯은 동시에 입을 벌려 수면으로 솟구치며 청어떼를 단번에 삼켰어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죠. 놀라서 도망간 청어가 몇 마리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첫 사냥은 성공적이었어요. 처음 먹어보는 청어의 맛은 크릴새우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좀 더 쫄깃하고 담백 하달 까요. 오랫동안 식사를 참아온 우리들은 같은 방법으로 계속 사냥을 이어갔어요. 이렇게 나의 생애 첫 사냥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이 났어요. 아저씨들은 아주 잘 해냈다며 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엄마는 청어떼로 가득 차서 통통해진 내 배를 보고는 흐뭇하게 웃었어요. 나도 엄마를 보며 활짝 웃었어요. 사실 여태까지 한 번도 먹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터라 내심 엄마를 걱정했었거든요. 하지만 엄마가 오늘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제야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도 엄마가 맛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배가 더 부른 것 같았거든요.



 이곳은 해가 하늘에 아주 낮게 올랐았다가 금방 내려오곤 해요. 내가 처음에 있던 곳에 비해 아주 추운 곳이지만 두꺼운 지방옷을 입고 있어서 우리에겐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아요. 맞아요. 사실 이 곳에 오는 길이 정말 길었어요. 그치만 그동안 나는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따개비 수염도 나기 시작했을 만큼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아직 엄마는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지만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서 내가 엄마를 지켜줄 거예요. 그리고 나의 꿈인 세계여행을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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