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긴 했지만 한 끼 식사치 고는 꽤 많은 양을 먹었다. 50톤이 넘는 청어떼를 한 끼에 먹어치운 고래들은 배가 불러서인지 모두 이른 잠을 청했다. 새끼 고래는 아직 어린 티를 내듯 다른 고래들보다 더 일찍 잠이 들었다. 북극의 밤은 낮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추위를 불러왔다.
모든 빛이 사라져있을 것만 같던 북극의 한 밤중,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온 새끼 고래가 반쯤 잠든 상태에서 놀라운 풍경을 보고 말았다. 순식간에 잠에서 깬 새끼 고래는 환상적인 북극해의 밤에 넋을 잃었다. 새끼 고래를 제외한 모든 고래들은 이미 그 소리 없는 빛의 향연을 수면에서 관람하고 있었다. 새끼 고래처럼 오로라의 공연을 처음 맛보면 몇 날 며칠이고 밤을 새우며 그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수 없는 밤을 보낸 다른 고래들은 그것을 그저 환상적인 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영혼이 부르는 노래였다. 고래들은 신성한 영혼이 자기들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새끼 고래는 생전 처음 보는 그 풍경에 엄마를 찾아 물었다.
"엄마 저게 뭐죠?"
"저게 바로 우리를 지켜주는 신성한 영혼의 흔적이란다. 아가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대답하는 어미의 대답에 새끼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엄마가 마지막에 말한 '아가야'라는 말이 거슬릴 뿐이었다. 새끼 고래는 다시 하늘을 보며 조그맣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밤하늘에 오묘한 그 빛은 고래의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것 같았다. 그날 고래들은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북극의 햇살은 그 어디에서보다 값 비쌌다. 햇살이 조금 길게 들어오는 날이면 새끼 고래는 노래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노래는 어미고래에게 배웠는데 어미가 먼저 부르면 새끼가 듣고 따라 부르는 식이었다.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하면 된단다. 그리고 네가 그 노래 뒤에 너만의 음을 붙여 부르면 너의 노래가 완성되는 거야."
어미고래는 그의 어미로부터 배운 노래를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어 그 뒤에 자신의 노래를 한 소절을 덧붙였다. 어미고래의 노래가 끝나자 새끼 고래는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자신만의 소절을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은 좀 어색한 노래였다.
"네가 가진 목소리로 그저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건 쉬워. 하지만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쉽지 않단다. 네가 노래했을 때 신성한 영혼이 춤 추었던 것을 기억하렴. 항상 우리의 노래는 영혼을 울리는데 목적이 있는 거야."
영혼을 울리는 노래라는 말을 새끼 고래가 이해할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고래는 언젠가 그런 노래를 부를 완성된 새끼 고래를 바라보며 이야기한 것이다. 그날 오후 새끼는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거룩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던 그 노래는 점점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되고 있었다. 노래를 듣던 다른 고래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고래들과 달리 바다 속에 있는 다른 생물들은 그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새끼 고래의 주위에 바다사자와 바다 코끼리, 펭귄, 일각돌고래 그리고 벨루가들까지 몰려들었다.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새 친구들을 보니 새끼 고래는 신이 났다. 흥분한 새끼 고래는 더욱더 크게 노래하며 고래 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온통 새끼 고래의 무대였다. 녀석은 그렇게 넓디 넓은 북극해에 작은 물고기처럼 춤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