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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마음

20160421

by 빛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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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오늘도 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나지막이 읊조리듯 말씀하셨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젓가락으로 두부를 잘라내고 있었지만,

잘게 잘게 쪼개지는 건 두부가 아닌 나의 마음이었다.


예고를 들어가 전공을 정할 때부터 단단히 마음먹었던 길이었다.

열일곱 살.

비록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꼭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그때가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대체 나는 언제 우리 아부지 어머니 편히 쉬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우리 아버지 반만큼이라도 살 수 있을까'


'어머니의 반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아까 아무런 말없이 젓가락질만 해댄 것이 서럽고 죄송스러워 오늘 못난이처럼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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