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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Jan 15. 2016

브런치, 기록을 시작하다

소심한 활자 중독자의 기록여정기

만 14세가 된 것을 참으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더 이상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었던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건 내게 있어 새로운 일기장이 들어간 서랍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나 스스로 자물쇠를 걸어 잠글 수 있는.


그 이후 나는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왔다. 04년부터 07년까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점심시간이면 컴퓨터실로 가서, 글을 쓰곤 했다. 친구들은 내게 댓글을 달아주곤 했고, 때론 안부게시판으로 서로 하지 못한 말들을 아주 길게 주고받았다.


대학이 되고 노트북을 사게 되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이글루스, 텀블러, 워드프레스를 기웃거리며 글을  쓰려했지만, 글은 종종 갈 곳을 잃고 메모와 완결된 글이 구분되지 않아 지저분했다. 아마 웹 시대의 글쓰기는 거창해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기록을 좋아하는 활자 중독자가, 이제야 정리된 서랍을 다시 가질 예정이다. 짧은 글이지만 꾸준히 정리해보련다. 이 브런치에서는 주로 두 가지를 다룰 생각이다.


하나, 감성적 글쓰기를 남겨두려고 한다. 이는 일상 기록물이 될 수도 있고, 독서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2013년 이후  해외여행을 잘 가지 않는 편이라, 내 여행기는 당분간 별로 없을 것 같다.


둘, 나는 좋은 글이 있으면 SNS에 활발하게 공유한다. 하지만 항상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있는 분야-IT 이야기, 신박한 서비스, 앱 탐방기, UX, 심리학 등에 대한 글들을 한 토막씩 가볍게 올려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글을 쓰고 들었던 말은 "주제가 없는데 뭐 좋네"였다. 사실 의식의 흐름대로 감성적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두 번째 분야의 글쓰기를 엄청나게 어려워하는 편이다. 어제 두 번째 분야에 대한 탈고를 했는데, 쓰는 과정에서 대대적으로 세 번을 수정했다. 결과적으로는 A4지 세 장짜리 글이 되었지만.


우선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워낙 초미의 관심을 받는 비즈니스 분야고, 흔하게 읽고 소비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정말 리서치를 많이 해 봤지만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리고 내 논리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논리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일도 쉽지 않다. 친절한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길어져서도 안 된다. 글을 봐 주신 분 말마따나, "남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매력적인 글쓰기라 생각한다. IT분야를 좋아하면서 느꼈던, 내가 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수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채소밭을 가꾸고, 저녁 식사 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간소한 생활. 하루 세 갑씩 피우던 담배도 독하게 끊었다.

아무리 힘겨운 일이 닥쳐도 규칙적인 생활을 중요시한다.
-임경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하루키에 대해 책을 낸 임경선 씨의 글에서 엿볼 수 있었던 창작자의 삶이다. 글쓰기가 본업인 사람은 아니라 하루키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가볍게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자 한다.


저녁에 웬일로 라떼를 마신 바람에 선잠이 들었다 깬 새벽녘, 미처 하지 못한 일을 정리하며 브런치의 시작 글을 끝맺는다.


+) 상단의 이미지 출처는 http://unsplash.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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