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기록 정리기
후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대학원에서 "UX(사용자 경험)"를 공부한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다같이 우리 분야의 큰 학회인 HCI Korea에 참여했다. 최대한 쉽게 풀어보자면, 사람이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발표와 연구실 부스, 세션 청강을 오가느라 정신없었던 3일이었다. 그 중 이번 학회에서 주워들었던 몇 가지 사실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을 정리한다.
독특한 인터페이스에 관한 세션 중, 연세대학교 글로벌 융합센터의 주다영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발표가 인상깊어서 따로 정리한다.
모바일 터치 인터페이스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존 연구에서는 터치 인터랙션의 의미에 대해 많이 연구되어있다(03. 카카오톡의 연구결과는 이를 실무에 적용한 실례라 할 수 있다). 해당 연구실의 발표자는 이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디바이스 자체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Elastic) 이 입력방식에 대해 사용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사용자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했다. 이때 사용자 그룹을 성별 및 나이로 재구성해서 결과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이 소재는 접거나 구부릴 수도 있지만 재질감 자체도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는 것이다.
2차원의 평면이 아닌 3차원의 평면에서 새로운 인터랙션을 도출하고, 이를 기능과 연결짓고, 어떤 느낌인지를 탐구한 선행연구다.
주다영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따로 3차원 인터랙션에 관한 세션(Z-force 터치기반의 인터페이스)을 진행했다는데, 무척 재밌었다고. 연구실에서 3D포스터치에 대해 연구중인데, 두 발표를 연결지어 생각하니 흥미로웠다는 후기도 들었다.
해당 논문이 궁금하다면:
http://conference.hcikorea.org/pds/2016/pdf/PR_056.pdf
퓨처플레이는 기술기반의 company builder로서, 각 스타트업에서 기술을 상용화하는 일을 돕는다. CCO인 황성재 대표가 퓨처플레이 소개를 한 뒤, 각 회사에서 돌아가면서 해당 회사에서 정의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짧게 발표했다.
인상깊었던 회사는 다음의 두 회사이다.
1) Keukey(사용자 행동 기반의 오타 수정기능)
기존의 오타 수정 앱은 "더 정확하게"가 모토였다. 이 회사에서는 정확성을 높이기보다는, 사람들이 틀린 말은 다시 반복한다는 특성을 이용해서 오타를 수정하는 기술을 발명했다. 생각의 전환이 신선했다.
2) Smartweario(스마트워치의 다양한 인터랙션을 특허화하고, 이를 판매하는 회사)
이 회사에서는 스마트워치의 새로운 앱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인터랙션을 고안하고, 특허로 만드는 회사이다. 인상깊은 기술은 Posture Control과 Dragcontroler로,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인터페이스의 입력방식이나 컨텐츠 표시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http://uxinventor.com/smartwear/
전반적으로 CHI 발표를 듣는 느낌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쉬운 문제는 아니리라. 발표 세션이 겹쳐서 중간에 나왔던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기술은 무조건 정확하고 뛰어난 게 다가 아니다. 사람의 행동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사람에 대해 이해할때 가장 파괴적인 인터페이스나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느꼈더랬다.
카카오톡에서 특정 기능들을 사용하려면 지나치게 많은 터치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터치를 덜 하고도 해당 기능을 빠르고 간편하게 쓸 수 없을까? 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스처 인터랙션을 활용했다. 이때 중요한건 제스처의 의미를 최대한 기능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Left Swipe: 최근 대화 여러개를 간단히 보여주는 작은 목록을 불러오기
Right Swipe: 최근 스티커 활용하기(맞나?)
Tab Toggle: 유사한 감정의 다른 스티커를 빠르게 탐색하고, 유료 스티커는 구매로 연결시키기
Pinch In: 검색 후 공유하기 위한 뷰 화면을 빠르게 확인하기
Pinch Out: 기존 대화방의 내용을 검색하는 기능
좌우 Swipe: 채팅 입력 모드를 음성메시지로 바꾸기
해당 세션을 들으면서 인터랙션의 길이와 만족도의 양상은 어떤 관련성을 미칠지 생각해보았다. 카카오톡의 경우 사용 연령층이 높은데, 저렇게 새로운 인터랙션을 기억하기 쉬울 것인지에 대해 탐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인스타그램의 "소통해요"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모래알같은 가벼움은 상당히 싫어한다. 하지만, 학회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같이 듣고 나누는 과정이 재밌었다.
여러 포스터와 발표를 들을 때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하기도 해서 아쉽기도 하고, 좋은 발표를 들을 때는 즐거웠다. 또 내가 발표할 땐 내가 의도한 바 단 하나를 이해시키기도 벅차고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과정의 절반을 지난 지금, 벅차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렇게 이 분야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