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얀 Feb 17. 2016

UX 한 끼 하실래요? UDIS세미나

실무자들과 함께하는 솔직 담백 UX 토크 감상기

UX(사용자 경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너무 낯선 말이다. 이번에 친척들께 명절 때 한 십분 설명드렸는데 이해시킬 수 없었다. 심리학도 경영학도 디자인도 아닌 것이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하지만, 그리고 실무진에게는 식상할지도 모르는 말이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UX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그래서, UDIS에서 진행하는 세미나를 참관하게 되었다.


하이원에서 연구실 부스를 지키다, 옆자리 친구와 급하게 온오프믹스 신청과 입금을 완수했다. 막상 신청이 된 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몸이 아픈 와중이라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가는 게 좋을까,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연사님께 감사드리며, 나도 솔직하게 후기를 써본다. 내 개인적 의견이나 Trivia가 길다면, 적당히 넘어가 주시길.


Session 1: 열린 옷장에서 UX 쓱 해보기(한만일, 열린 옷장 대표)


세미나를 연 첫 번째 세션은 구직자들에게 기증받은 정장을 대여해주는 공유경제 기업인 “열린 옷장”이었다. 열린 옷장 대표님은 제가 UX를 모르지만, 이라고 하셨지만 내게 있어서는 좋은 서비스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열린 옷장의 노력이 UX를 위한 사례라고 생각이 들었다.


연사님에 의하면, 열린 옷장 서비스의 서비스 이슈는 다음과 같다.

"제로 기증자의 fit에 맞는 사이즈를 빠르고 쉽게 찾아주며, 이 과정에서 기증자의 사연을 전달하는 감성적 부분까지 충족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열린 옷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을 적절히 활용하는데, suit library 등을 운영해 재고와 사용자의 치수를 관리하고, 나아가 사용자와 비슷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이력을 관리하여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사연을 전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세스가 자세하진 않다 기증자의 사연을 전달하고, 수혜자가 기증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걸 보니  기증받을 때와 옷을 돌려받을 때 일어나는 행동 같다(사용 후기를 보니). 이를 홈페이지에서도 공유하고.


머릿속에 스트라입스(셔츠 맞춤 회사)의 서비스 플로우는 어떨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온디맨드의 차원에서)  그리고 잠시 잠깐 논문을 쓰다 만 공유경제(쏘카)의 사용 원인과 관련성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한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들은 많은 정보를 입력하게 되는데, 우리 조에서는 거기에 대한 개인정보 이슈가 있는지를 살펴보려 했었다. 만일 UI 등 실제 기능에 입각하여 판단한다면, 실제 트레이드오프는 어떻게 될까. 열린 옷장의 경우는 어떨까.


Session 2: 우리가 UX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장진덕, eBay Korea)

세미나를 시작하기 직전엔 커머스에서 어떻게 UX를 하실까?를 설명해주시려나 기대했다. 네이버에 계시다, SDS CX팀에 계신 이력이 있으시다 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전반적인 내용은 "UX 디자인 설득하기"를 다룬다. 연사님은 한국에선 낯설었던 UX팀의 선구자로서, UX를 낯설어하는 모든 조직을 설득해나갔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부제는 개발과 디자인, 기획 사이에서의 아슬아슬 줄다리기.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설득이다.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서비스의 경우 UX에서 사용자를 정의시켜나가야 한다. 이러한 설득을 위해서 UX팀은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UX팀의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서 Best Practice를 만들어나가고, 실제로 중립적 위치에서 사용자의 관점을  주지시키기 위한 "Excellent Mediator"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사용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이 난다.


대학원에서는 정성적 방법론(인터뷰, 카드 소팅, 서베이) 정량적 방법(실험, 아이트래킹 등)을 통해 UX의 우수성을 검증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업에서는 UX 리서치의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천만원, 몇억 정도의 프로젝트 진행 비용이 든다고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몇천만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개편이기 때문에 더 그러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네이버의 로그인 창 옮기기 프로젝트에서는 1년 동안 리서치를 하고, 유관부서를 설득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 말씀을 들으며 빠른 실행을 하기 위한 방법론은 어떤 것이 있을까, 결국 대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기본 원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내게도 UX회의론의 풍경은 낯이 익다. 실제로 대학원 진학 전 CX팀 부서 전배 신청했다 떨어졌었는데, 대학원 간다니까 "그 부서 장표 정리해주는 덴데 굳이 대학원 가냐", 라는 비슷한 말을 동기들한테 들었다. 허허 나 장표 이쁘게 만드는 건 잘 못하는데 란 생각을 하면서 듣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또 현업에서는 실제로 UX, UI라는 말은 자신(혹은 팀원 혹은 부서 혹은 클라이언트)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될 때가 있다. 나도 어쩐지 (갑님의 지시에 따라) "개선된 UX/UI"라는 장표를 만들면서 이게 아닌데,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었다.


나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UX를 하나의 방법론이자 핵심적인 원리/원칙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획, 디자인, 개발 사이에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나는 기획에 많이 가까운 입장을 지망한다는 생각도 들어서, 대학원 공부와 앞으로 진입할 현업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세션이 끝나고 사용자를 고려한 서비스가 좋은가요?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죠?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연사님의 대답이 좋았다. 요약하면,

비즈니스 프로세스 우선, 그리고 그 안에서 최대한 UX의 원칙에 맞게. 또 기능을 넣긴 쉽지만 빼긴 정말 어려워요. Feature Creep이 되지 않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Session 3: e커머스의 UX, 허와 실(엄민호, 한화갤러리아 e커머스 실)


세션 2와 3 사이의 "도메인 전문가가 아닌데 UX를 하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이어서 등장하신 연사님은 이커머스 10년 차 이상의 현업 전문가이다. 아마 연사님들끼리 업계 비밀에 관련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었다면 정말 하실 말이 많지 않았을까.

세션 2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좋은 UX가 반드시 매출과 직결되진 않는다. 가격 정책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용자의 유입 채널과 동기는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UX 디자인에서 고려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이슈라던가 법령 등의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연사님이 언급하시기론, UX 컨설팅이 신규 구축이나 리뉴얼, UX운영 시 컨설팅을 받으시는데, 신규 서비스의 제안이나 디자인 가이드, 프로토타입을 결과물로 받는다고 한다.

UX 담당자와 현업 담당자 사이의 고민과 갈등을 듣다가 내가 현업에서 경험했던 사용자 테스트나 디자인 QA 절차가 떠올랐다. 내가 SI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시절에는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그리진 않았지만, 사용자(QA)에게 시스템에 대해 알려주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거나 QA 검증을 받고, 개발자들을 설득해서 이를 고쳤다.


개인적으로는 인하우스던, 외부 조직의 차이 유무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UX 컨설팅에서도 비슷할까? 페르소나를 만들고, 고객의 모든 동선을 따라 하는 걸까 대표적인 동선을 따라 하는 걸까.


Session 4: Growth hacking(윤병국, 전 온오프믹스 CTO)

UX세션에서 말하는 그로스 해킹 부분이 가장 흥미로워서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로스 해킹 책과 린 분석 책을 가장 깔끔히 요약하셨다. 무려 한 장 슬라이드도 있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대신 기억에 남았던 인사이트를 줄여 말하자면,

1. 그로스 해킹은 돈이 "덜"드는 방법이지만, 완전히 비용이 제로란 건 아니다. 신박한 방법이 있다면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2. 제품을 계속 만들어가면서 사용자에 맞추어 변혁시켜가는 것이다. 제품 그 자체에 대한 개선이다.

3. 제품-고객 fit을 결정짓는 고객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몸담고 계셨던 회사의 구체적 사례를 듣고 싶었는데, 30분 안에 저 내용을 깔끔히 설명하신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다른 세미나 자리에서 뵙게 된다면, 현업에서 느꼈던 바를 설명해주시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UX와 그로스 해킹의 연관관계는 다음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션 5와 전체 UX 한 끼 세미나의 상관관계가 뭘까 고민해봤다. 내가 정리한 바로는,


UX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세션 5에서 언급한 프로토타이핑을 사용한 실제 사용자 데이터로 개선하는 iterative 한 방법


Session 5: Breifing-UX(배성환, SK플래닛)

UX나 HCI에서 말하는 "디자인 싱킹"은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국내 환경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모바일 환경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C레벨 혹은 클라이언트들이 UX 리서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실제로 현업에서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실행 안을 승인해줄 임원을 설득할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교수님이 강조하시는 Quick and Dirty가 떠오르는 대목.)

연사님이 드신 프로토타입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1. Desktop Walkthrough: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동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서비스 프로토타입에 활용

2. 3D 프린팅의 경우 모델링을, 아두이노의 경우 C 언어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3. UI의 경우 포토샵보다는 직관적인 스케치도 사용하기 좋다.


미래 구직자들을 위한 날카로운 코멘트는 다음과 같았다.

이미 서비스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메리트가 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런 말이 진부해졌다. 소셜 커뮤니티나 스터디 등에 참여해서, 현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자신을 브랜딩 할 수 있도록 하자.


Wrap Up

세미나를 주관하신 배성훈 님의 말에 동의한다. 이 세미나가 UX를 구성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치트키가 되거나,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현업 분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UX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받았다. 자신의 생각을 많은 분들과 나눠준 연사님께도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 툴을 전혀 못 다루고 프로그래밍도 초짜라 항상 연구실 사람들에게 도움받느라  시무룩한 나에게 심리학을 전공하신 연사님(세션 2) 경영학을 전공하셨다는 연사님(세션 5)의 말씀이 많은 힘이 되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UX를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제조사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에서도. 앞으로의 UDIS 세미나에서도 현업 담당자들이 실제로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해나간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기 바란다.


* 배경에 사용된 포스터는 UDIS의 공식 포스터입니다. 그리고 제가 촬영한 슬라이드는 전적으로 세미나 발표자 분의 내용입니다. 추후 슬라이드 셰어 등에 발표 연사들의 자료가 공유되면, 이 브런치 글에도 링크를 추가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