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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Feb 12. 2022

뒷배있는 직장인이 되려고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독후감을 빙자한 생각 정리

지난 가을 즈음 유퀴즈의 한 클립이 화제가 되었었다. 16년간의 기획자 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40대에 동반 은퇴한 김다현님이 나왔던 상황. 회사 내에 그분의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들이 많아서였을까. 식사를 할 때마다 끊임없이 회자되었고 사내 글쓰기 모임에서도 이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파이어족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들 한 마디씩 말이 붙었다. 그분 말대로 과연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보자는 점이 인상깊었단 분들, 이미 파이어족이 되고싶어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 아직은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고싶지만, 은퇴는 준비해야겠다 대답한 분들,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분들, 파이어를 꿈꾸지 못하지만 이번 계기로 그동안 멀리했던 금융에 대해 다시 한 번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다같이 일과 돈에 대한 생각을 한번씩 정리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함께 남긴 글과 요즘의 생각을 갈무리해본다.


01.스스로의 뒷배를 찬 회사원이 되고 싶어


유퀴즈에 나온 저자, 김다현님은 브런치 연재 시절부터 보았고 한겨레 칼럼도 읽었으며 책도 읽었다. 종종 내 브런치 글에도 라이킷을 눌러주셨다. 감사해라.


사실 파이어족이라는 키워드는 5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4%의 룰 – 4%씩 투자 이익을 보면 어느정도 살 수 있으므로, 최소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된다 - 을 보았을때 생활비를 이리저리 계산해보면서 소비를 줄이면 좀더 은퇴를 빨리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건 일에 대한 태도였다. 일을 잘 되게 하기 위해 나를 맞추는 일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왔다고.


나는 행간마다 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굴리기 위한 스트레스를 읽었다. 어쩌면 그 분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고, 그래서 내 삶을 살기 위해 은퇴를 결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 주변 분들이 그 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는 분이셨는지를 기억하고 계셨기에 책에 실린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미리 챙겼으면 실수를 안 했을텐데 앞으로 내가 더 잘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16년을 살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도 (...) 나부터 하고싶지 않은 일의 논리를 만들어내야 하니 논리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 나도 하기 싫어 죽겠는데 욕까지 먹어야 하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화를 내봤으면 좋겠다.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퇴사 전 불안장애 증상이 있어서(...) 그것도 은퇴를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어요.
-유퀴즈 온더 블럭


아, 내가 미리 챙겼더라면.. 오늘도 일이 터질때마다 했던 생각이잖아? 기획자들이 저 문장을 보면서 다같이 울지 않았을 수 없을 거다.


나는 그에 비하면 아직 기획자 5년차. 연차는 먹었는데 막상 프로젝트를 굴리다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요즘은 하루종일 가열차게 메신저를 두들기고 회의하고 일하는게 힘들어 두 시간은 끙끙 누워있는다. 나는 일에 일희일비해서 걱정에 걱정을 사서 하고, 그러다 회로가 타버려서 쓰러지는 쪽에 가깝다. 더 일하고 싶은데 진이 빠져 뻗어버린다.


이렇게 일하면 오래 못 일하겠는데...? 란 생각이 들 때마다 슬그머니 핸드폰을 열어본다. 수입과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보고 우리가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 종종 계산해본다. 연금저축펀드에 얼마를 넣어야 할지 계산해보기도 하고, 남편이 하고 있는 주식의 수익률이 얼마인지 계산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간절하게 핸드폰 계산기를 이리저리 두들기다가, 그 계산 공식을 캡처해둔다. 어떤 부적이라도 되는지 캡처를 종종 본다. 사실 온갖 희망회로를 돌려야 겨우 달성할 수 있기에,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삶의 원동력을 물었을때 곰곰히 생각해보니, 슬프게도 내 삶의 원동력은 불안이다. 즉, 부정적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내가 움직여온 동력이다. 가라앉을까봐 이리저리 발을 휘젓는 오리처럼. 덜 불안하기 위해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해왔고, 뒤쳐지지 않게 움직이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일과 돈이 너무나 단단히 얽혀있기에, 생각 회로가 극단적으로 움직이다보면 프로젝트가 망해 직업을 잃고 은행 대출금 못 갚고 집에서 쫓겨나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그럼 파이어족이 된다면, 적어도 급작스럽게 일할 수 없는 환경을 갖추었다면 이젠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급하게 놀렸던 물갈퀴를 벗어두고 둥둥 떠있을 수 있을까? 김다현님은 미리 한번 자신이 은퇴에 맞는 사람일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직업적인 만족감이 중요한 사람이거나,  내가 소비를 하면서 즐거운 사람이라면 은퇴가 답이 아닐 수 있다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이 무엇이고 얼마만큼의 돈이 드는지를 생각해보고 각자 기준에 맞는 은퇴 계획을 세우는게 필요한것 같아요.(...) 저희 언니를 봤을때 회사에서 얻는 성취감,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에요(...) 은퇴 이후 (성취감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해봐야 해요.
-유퀴즈 온더 블럭

이른 은퇴가 좋고 행복한 일이라고만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글래서가 1998년에 출간한 ‘선택이론’에 따르면(상담학 사전 참고), 인간은 사랑과 소속감, 힘과 성취, 자유, 즐거움, 생존 이렇게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은퇴를 하면 회사 구성원으로서 얻는 소속감과 일로 얻는 성취감을 가질 수 없어요. 이른 은퇴를 위한 자금 마련보다 어쩌면 회사로부터 충족했던 기본 욕구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몰라요. 제 책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채널예스 인터뷰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면, 아마 떠있진 못하고 다시 헤엄치기 시작하겠지. 아직 은퇴한 상상은 하지 못하겠다. 일단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혼자 일하는 걸 상상하지 못한다. 


IT 밥을 먹었으니 뭐라도 잘 할 수 있는게 있나 싶어 아직 완전히 새로운 일을 꿈꾸지는 못하겠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고 은퇴하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조직에서건 조직을 떠나서건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단 작은 소망이 있다.


퇴사하겠습니다, 를 쓴 아프로 머리의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는 은퇴를 결심하고, 그 직전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회사의 구성원을 위해 더 많은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일단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위해 멋있는 소리도 할수있는 뒷배있는 회사원, 이 일단은 내가 되고픈 파이어족의 모습이다.


02.책에서 발견한 시사점을 뽑아본다면


아, 책에 대해 좀더 말하자면,  파이어족이란 키워드를 달고 재테크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조기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변화된 삶을 다룬 “에세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재테크에 대한 방법이나 기술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는 리뷰들도 있는 것 같다. 난 사실 "에세이"여서 좋았는데. 그 분의 책을 읽고 깨달은 바를 덧붙여둔다.


하나, 함께 사는 사람과 삶의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책이 갖고 있는 킥은 사실 남편분과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이다. 함께 사는 사람과 재밌게 살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나와 남편은 원래 관심사가 안 맞는데, 요즘 들어 남편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있고, 생전 안 가던 카페 데이트도 가고 있다. 요즘 그런 시간을 늘리려 하고 있다.


“난 고양잇과인데 부인 잘못만나 매일 밖에만 쏘다니네 그냥” “당신도 산책 좋아하잖아. 무슨 소리야, 집에서 뒹굴뒹굴하고싶은데 그냥, 마누라 산책시키러 나가야 하고 힘들어 죽겠어.”

우리는 함께였기에 은퇴 준비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남편과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은 유쾌했다. 내 기획 리뷰는 주로 동네 공원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을 주고받았던 대화가 쌓여서 단단해졌다.


이왕 결혼한 거라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밌고, 인생 계획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그건 내가 결혼을 한 사람이라 그렇겠지. 그래서 나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늘리려 한다.


둘, 더 늦기전에 개인연금을 잘 관리해보자는 절박함이었다. 저자는 일찍부터 개인연금을 붓고 있었다 했기에 연금저축에 대해 공부해봤다. 나는 취업과 더불어 강제적으로 연금저축보험에 가입되었고, 퇴사와 더불어 5만원씩만 붓고있었다. 2년 전 즈음부터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귀찮아서 행동을 옮기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12월에 겨우 행동에 옮길 수 있었다.  회사에 전화해 환급금 여부를 알아보고,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는 과정이 매우 귀찮았지만, 금융치인 나로서는 이 조차 큰 결심이었다. 연금저축보험을 7년간 부었는데, 불어나기는 커녕 환급금 안 떼여서 다행인 수준이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저자님! 이렇게 금융 바보인 사람을 움직이실 수 있었습니다!


요즘 종종 파이어족이 “노예생활을 벗어나” “나만의 자유를 찾아서"가는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컨텐츠 댓글에도 그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져가는것 같다. 파이어하고 전부 강사로 먹고 산다, 책팔러 나왔다 등등. 물론 돈을 벌고 소비하는 일반적인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으로 평가한다면 더 할 말이 없겠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급변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삐끗하면 실패할 수도 있는 사회에서 스스로가 찰 수 있는 뒷배를 마련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참고한 컨텐츠들

유퀴즈 - https://www.youtube.com/watch?v=8ER-ZOwLUAo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819597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075993&memberNo=1101&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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